행복해지는 어느 책 이야기
여행을 갈 때 책을 들고 간 적은 없었다. 그저 여행 가이드 책 정도 가져갈 뿐, 여행 동안 책을 읽는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가끔 유명인들이 여행 혹은 출장을 갈 때 책을 많이 들고 가는 것을 보고 ‘아니, 여행을 즐기기도 바쁜데 여행지에서 책이라니? 책 읽기는 한국에서도 할 수 있는 거잖아!’라며 짐만 될 뿐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중 YTN 라디오 팀장님께서 내가 스페인으로 떠난다고 하자 선물로 유럽 관련 책을 4권이나 주셨다.
OO아, 널 위해 스페인 책 몇 권 찾아놨어.
원하면 가져가!
이렇게 깔끔하고 담백한 선물이 있을 수 있을까?
유럽여행을 간다는 후배를 위해 본인이 읽은 책을 따로 빼놓았다는 것이 나로서 퍽 감동이었다. 일과 가정 그리고 개인의 일 등 바쁘실 텐데 자신 밑에 수많은 사람이 있는데 한참 막내인 나를 위해 책을 직접 빼놨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라면 과연 관리자급이 되었을 때 저런 상사가 될 수 있을까? 저렇게 돼야 할 텐데.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책은 총 4권으로 북유럽, 서유럽 그리고 남유럽인 스페인에 관련되어 있었다. <스페인은 순례길이다>를 다 읽자 스페인 여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었고, 스페인 여행을 가기 전 해치워야 하는 본업이 너무 많아 결국 북유럽, 서유럽 책은 못 읽고 <괜찮아, 우리에겐 아직 마지막 카드가 있어>란 책만 가방에 넣었다.
근데 읽긴 할까?
펴기라도 라면 다행이지, 펴지도 못한 채 그대로 가져올까 겁났다. 정확히 말하면 나에게 실망할까 겁났다. 여행도 무계획으로 짰는데 책 한두 권쯤은 읽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도 한번 속는 셈 치고 가져가 볼까? 가 처음 마인드였다.
그런데 예상외로 나는 스페인을 가기 전 경유지인 홍콩 가는 비행기에서 이미 이 책을 다 읽어버렸다. 매료된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 술술 읽힐 수 있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은 잘 읽혔다.
평소에도 책을 반 정도밖에 안 읽는 내가 이 책을 다 읽은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1. 공간 : 평소와 다른 ’ 상황’에 놓여서
2. 시각 : 스페인을 가는데 스페인 관련 책이라서
3. 사람 : 긍정적이라서
비행기라는 공간이 주는 새로운 분위기는 무시 못했다. 뭔가 비행기 안에서 이 책을 다 읽으면 나 자신이 더 좋아질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또, 이 책에 나오는 가족 이야기는 엄마 미소가 나오게 따뜻하고 긍정적이었다.
난 긍정적인 사람을 좋아한다.
내가 긍정적이기 때문에 나와 비슷한 긍정적인 사람들을 좋아하는데 이게 독서에도 반영되는지 글쓴이의 마음이 긍정적이면 더 잘 읽히는 것 같다.
사실 무엇이든 부정적으로 보려면 부정적으로 볼 수 있는데 반대로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보려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누구도 겪기 싫을 법한 스페인에서의 악몽 같은 시간을 추억으로 잘 녹인다.
생각해보면 삶도 그렇지 않은가? 살면서 항상 좋을 수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느냐가 그 사람의 삶을 결정한다고 본다.
이룬 것
내가 최근 읽었던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에세이라서 공부한 문장이나 새로운 인사이트를 리뷰로 남기진 못한다. 그러나 다른 책들이 나에게 지식을 주었다면 이 책은 나에게 변화를 준 것 같다.
난 이 책 덕분에 두 가지 행동을 했다.
1. 여행 중 여행 관련 브런치 글 10편 기고
2. 비행기를 놓친 상황에도 긍정적 마인드 유지
이 책은 스페인에서 시작된 20일의 여행기를 다루었다. 나에겐 20일의 여행으로도 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큰 동기부여가 되었고 마침내 나도 여행 글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해 준 것 같다.
그 덕에 10개 글 중 하나인 “20대 끝자락, 늦었지만 호스텔 경험기”는 다음 메인에도 업로드되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https://brunch.co.kr/@branu/75
두 번째로 유럽에서 비행기를 놓치는 큰 일을 겪고도 더 긍정적일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에서처럼 여권과 핸드폰을 도둑 맞거나 렌터카가 멈추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기에 더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을 감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이번 나의 스페인 여행을 풍성하고 감사함 넘치게 해 주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글을 쓰고 싶다.
여행에서 책읽기 강력추천이다.
어쩌면 여행보다 많은 것을 얻게 해줄 것이다.
팀장님, 좋은 책 선물 주셔서 감사해요!
Gracias! (감사합니다의 스페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