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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또 만나고 싶은 사람 되기

매력적 화술에 비밀

by Braun

가끔 만나는 모임인데도 가기 전까지 가기 싫은 모임이 있다.

사실 모임자체가 싫은 게 아니라 A 씨는 봐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정말 끔찍한 화법을 가진 A 씨와 2시간만 보내도 10km 마라톤을 한 것처럼 기운이 빠진다.

한 가지 감사한 점은 화법과 관련해선 반면교사의 교과서와 같다는 것이다.



1. 모든 걸 예측하고 경험한 사람


이 분은 누가 얘기만 하면 자기가 예측했던 것 혹은 경험했던 것처럼 말한다.

모든 이야기의 반응이 그럴 줄 알았거나 내가 이미 그랬던 사람이다.

교묘하게 자신이 더 높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화법인데

말하는 사람에겐 정말 끔찍할 만큼 혐오감이 들게 한다.

특히 이런 사람은 자기가 도저히 낄 수 없는 주제에 대해선 교묘하게 뭉개고

다시 자신 위주의 주제로 회귀하게 만들어 대화를 진전시키지 못하게 한다.



2. 궁금하지 않은 얘기를 쏟아내는 사람


전체 모임과 대화의 맥락에 전혀 상관없는 정보를 쏟아낸다.

대부분은 뮌하우젠과 같이 본인의 극적인 스토리를 통해 자신의 희귀성을 뽐내려고 한다.

나는 이 분의 중고차 구매에 여자친구가 돈을 보탰다는 사실을 내가 왜 알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정작 이 분이 개인회생 중이라는 사실이 가장 극적인 스토리였는데

그 이야기를 개인회생을 극복한 영웅기로 풀어내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3. 목소리를 크게 냄/지방방송을 켬


슬슬 아무도 주목하지 않게 되면 물리적 기술을 쓰기 시작한다.

대형카페에 모든 사람이 들릴만큼 목소리를 키운다.

억지로 크게 낸 목소리는 테너가 아닌 이상 듣기 싫은 음역대일 수밖에 없다.

숫자가 많다면 주류의 대화를 무시한 채 옆 사람에게 본인 이야기를 쏟아붓기 시작한다.

보통 이런 경우 민망할까 봐 들어주는 척을 하는데 이 사람은 그 반응을 신경 쓰진 않는다.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기 때문.



4. 다른 사람의 얘기를 일부러 듣지 않음


그럼에도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타이밍이 되면

어김없이 탁자 위의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만져대기 시작한다.

그런 상황은 보통 허언이나 허세를 얹을 수 없는 주제 혹은 들통날 확률이 높은 주제의 얘기일 때다.

A 씨는 여행이나 연애, 학업 등에 관련된 주제가 나오면 어김없이 탁자 위 스마트폰을 만지던데

그것도 다른 사람이 꼭 보라는 듯이 만진다.



5. 칭찬/공감에 인색하고 부정/비난에 능함


난 몇 년간 A 씨의 입에서 "잘됐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누군가 '날씨가 생각보다 좋네!'라고 하면 '기상청 새끼들은 맞는 적이 없어'라고 하던가

본인이 A브랜드->B브랜드로 차를 바꾸고 나면 'A는 쓰레기야 절대 사지 마'라고 하는 식이다.

정작 본인이 10년, 20만 km 차를 구매한 것은 잊은 채 말이다.



6. 위 5가지를 반대로 한다.


난 반면교사가 더 학습이 쉬운 성향인 것 같다.

모임에 나가면 내가 알던 얘기도 모르는 것처럼 한다.

'좋으셨겠어요, 정말' '와 저도 해보고 싶네요'라는 것도 하다 보면 점점 진심이 된다.

누군가의 최근 이슈에 해당되는 이야기를 꺼낸다. 그 사람의 눈빛이 바뀌는 게 보인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좋은 얘기에는 잘했다를 헤프게, 안 좋은 얘기에는 괜찮아를 헤프게 쓴다.


사실 반대로 하는 것이 더 쉽고 그대로 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훨씬 쉽고 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이 훨씬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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