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끈했던 한 마디, 흔들리던 자존심, 그리고 깨우침을 준 한 스승.
골프 레슨을 ‘기술’이 아닌 ‘철학’으로 배우게 되었던 이야기.
레슨을 잘하려면 무엇을 배워야 할까?
그리고, 그건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처음엔 단지 회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어떤 말 한마디가 그 마음에 불을 붙였죠.
“여자 프로의 레슨 수명은 짧아. 젊음이 사라지면 끝이야. 예쁜 시절은 한 철이지. 젊다는 걸 빼면 레슨은 별 볼 일 없어.”
이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고, 동시에 화가 났습니다.
‘나는 다를 거야. 나도 그렇게 될 순 없어.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그 순간, 배워야겠다는 결심에 자존심이 더해졌습니다. 그렇게 저의 배움은 시작됐습니다.
플레이어로서의 경험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제가 배운 것들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막막했고, 동작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 골퍼들의 입장을 도무지 알 수 없었습니다.
100미터 달리기를 막 시작했는데 종아리에 쥐가 올라와 출발선에 주저앉아 있는 느낌이었죠.
그저 ‘초보 레슨 프로’ 일뿐이었습니다.
당시 레슨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었어요. 하나는 미국에 직접 가서 골프 코칭 과정을 이수하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서울·경기 지역의 유명 교습가가 운영하는 엘리트 아카데미에서 소속 프로로 일하며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성 프로를 받아주는 곳은 거의 없었고, 저는 생계를 이어가며 배워야 했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길이었습니다. 대한민국엔 골프 교습가를 육성하는 과정 자체가 희박한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런 시기에, KLPGA에서 복지 차원으로 전문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을 개설했습니다. 1박 2일, 또는 2박 3일간 외국 교습가에게 선진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죠.
저는 마치 수강 신청 전쟁이라도 치르듯 첫 강의를 신청했고, 그때의 기대감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렇게 만난 첫 스승이 데이비드 에델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세 번의 강의에 모두 빠짐없이 참석했죠.
그가 강의의 첫마디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인격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스스로를 소개하며 철학을 전한 그의 말은 저에게 충격이었습니다.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말이 나올 줄 알았던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겸손하고 낮은 태도에, 마치 찬물 샤워를 한 듯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나는 약탈자였습니다
그 당시 저는 골프 레슨으로 잘나고 싶은 욕심으로 가득했습니다. 지식을 배우러 온 척하면서도, 상대를 얕잡아보며 지식만 훔치려는 마음이 있었죠. 창피했습니다.
스스로 깨달았습니다.
‘나는 지식의 약탈자였다.’
그 순간부터 에델은 저에게 지식을 주입하는 ‘강사’가 아닌, 가르치지 않고 깨우치게 해주는 ‘스승’이 되었습니다.
열등감으로 시작한 여정이었고, 지기 싫어서 독기 품은 마음도 있었지만, 에델의 철학 덕분에 저는 태도를 바꿀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저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 나에게 지식이 있는가?
• 나에게 도구가 있는가?
•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려는 열린 마음이 있는가?
지식은 배우면 되고, 도구는 사면됩니다.
하지만 열린 마음은 어디에서 배울 수 있을까요?
그건 단순히 습득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의 태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마음이 지금의 저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가르치지 않고, 깨우치게 하자.”
이것이 제가 골프 레슨을 대하는 두 번째 철학입니다. 그리고 그 철학은 지금도 계속 자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