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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whale Jul 28. 2021

창업한 지 1년이 돼보니

사실 얼떨결에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브런치 글을 쓰고자 노트북을 펼쳤다. 거의 1년여 만이다. 지난해 이맘때쯤에는 회사와 아빠에 관한 글을 열심히 썼다. 관련한 주제에 대해 나름대로  바닥은 정리했다 싶을  불쑥 창업을 감행했다. 계획에 없던 퇴사에 코로나 유행까지 겹친 와중이었다. 이직을 준비하던 중이었는데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엄마는 회사에 가고 아빠는  준비로 바쁜데, 갑자기 아들 둘이 유치원과 학교에  가게 됐다. 방학하는 동안만 육아를 보조하던 시어머니가 주중에도 자리를 지키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육아와 집안일이 갈수록 늘었다.


모처럼 집에 오래 있어 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할머니 혼자서는 아이 둘을 제대로 돌볼 수 없었다. 이전처럼 다시 맞벌이하기는 어렵겠다 싶었다. 낮에 육아와 일을 병행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구직하려는 내용을 직접 벌려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마침 구인 기업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고 느끼던 중이었다. 직무로는 본부장까지 해봤으나 새로운 업계에서 일하려고 하니 서로 부담이 있었다. 새 회사에 들어가서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을 입증하려는 시간이 아까웠다. 차라리 꿈만 꾸던 창업을 해보자는 용기를 만지작거리다 덥석 잡았다.


마음먹자마자 평소 서재로 쓰던 방에 얼렁뚱땅 사무실을 차렸다. 마침 새 것 같은 중고 사무 책상을 얻게 되면서 시작이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제대로 수입을 만들기 전까지 사무기기는 무조건 얻어 쓰겠다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요청했더니 그럴싸한 의자도 생겼다. 그리고 사업에 필요한 기본 서류를 하나씩 준비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관련 내용이 자세하게 나와 있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됐다. 사업자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을 준비하는 데는 두 주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실제 쓴 시간은 3시간도 되지 않았다. 그보다는 정말 뭘 할지 더 고민했다.


당장 내가   있는 일이 뭔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창업 강의를 들으며 사업 역량을 올리고, 미래 전망을 분석하며 새길을 찾는 것이  중요해 보일 때였다. 그러나 당장   있는 일이  중요하고 필요했다. 정답을 찾거나 확인할  없는 일에 에너지와 시간, 비용을 쓰는 것이 오히려 모험 같았다. 그보다는 과거에 성과를 냈던 습관에 새로운 주제를 대입해보기로 했다. 마치 과학 실험을 하는 것처럼. 예전에는 과학실을 빌려서 했었다면, 이제는 직접 공간을 준비해 꾸미고 필요한 것을 갖춰 직접 해보는 것이다. 물론 내가 감당할 수준으로.


통장에 남아 있던 퇴직금 2백만 원으로 시작했다. 약간 저축하고 난 뒤 대부분 생활비로 쓰고 남은 돈이었다. 그 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부터 해보기로 했다. 자본을 적게 들이고 사업을 시작할 방법을 유튜브 등으로 참고하면서 과거 일했던 경험을 활용했다. 그렇게 매일 한 걸음씩만 가보자고 시작한 일이 어느새 1년이 됐다. 지금은 첫 자본금 규모가 하루치 유통하는 물건값 정도 될 만큼 조금이나마 성장했다. 물론 열대 날씨처럼 오락가락하는 사업을 부여잡는 게 쉽지 않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행복하니 모든 과정에 감사할 따름이다.


저는 그저 씨를 뿌리고 물만 줬습니다.
그러니 자라고 열매 맺은 모든 과정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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