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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whale Apr 27. 2020

무기력을 이겨내는 방법

월요일 아침에 자주 그랬어요

이따금 무언가를 해낼 기운이 거의 없는 듯한 느낌에 휩싸일 때가 있다. 뭘 해야 할 것 같은데 몸도 마음도 굼뜨게 움직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월요일 아침에 자주 그랬던 것 같다. 주말 사이에 회사 일을 하지 않고 쉬었으니 활기가 있어야 하는데 정반대다. 그 시간 동안 육아와 집안일로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난 뒤라 그런가 싶다. 큰 마음먹고 집 밖으로 멀리 다녀오기라도 하면 그 전후 과정 동안 노고가 적지 않았다. 추억을 쌓으며 즐겁게 보낸 모습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처져있고 연신 하품을 하는 모습으로 한참 있게 된다. 이게 무기력인가 싶었다.


이런 상태에서는 본능을 따라 어떻게든 움직이게 된다. 해야 할 일이 있어 어쩔 수 없이 있어야 할 곳에 앉아 본다.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누워 있다. 일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이를테면 이런 순간에 글을 쓰면 타자를 치는 손가락이 허공을 자주 맴돈다. 타자의 머리를 누르지 못한 채 자주 멈칫거리는 탓이다. 한 문장을 쓰는 게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글을 위한 글을 쓰는 느낌이 든다. 연신 팔과 다리를 꼬며 생각을 부추겨 보지만 의지만 급할 뿐이다. 평소 좋을 때처럼 내 몸과 마음에 어떤 활기가 없었다. 더듬이가 닿은 듯 이것들이 느껴졌다.


몸뚱이의 상태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기력이 없을 때면 이따금 부정적인 짐작과 섣부른 단언들이 내면에서 파생한다. 이런 생각과 감정들이 실은 마음이 아닌 몸의 문제에 가깝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럴 만큼 그저 피곤한 것일 뿐. 감정 기복과 논리 비약은 몸이 깨어나는 순간 너무 쉽게 잊혔다. 그냥 그랬다는 기억의 흔적만 남게 된다. 때때로 그 어떤 것도 해낼 수 없을 만큼 자신이 초라해 보이고, 당장 하지 않으면 실패할 것 같은 초조함이 들이닥칠 때 무시하는 게 상책이었다. 그냥 지금 이 상태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나는 예전보다 떨어진 듯 느껴지는 체력을 받아들인 것이 고비였다. 이는 원하는 바를 원하는 때에 바로 할 수 없는 기분이 들게 했다. 능동적으로 바로 힘을 내지 못하니 답답한 마음이 불쑥 솟는다. 기력 없는 나를 보며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부인해 본들 이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의지적으로 스케줄에 맞춰 몸을 강제로 움직이거나 몸을 단련하는 운동을 해봤지만, 무기력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았다. 어떤 조건과 환경이 되면 나타났다. 무리하거나 잠을 늦게 자는 등 신체적인 원인이 있을 때 반드시 찾아왔고 후폭풍을 진하게 겪어야 했다.


인정하고 나자 마음에 보이지 않는 디딤돌이 놓였다. 나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작은 위안이다. 남몰래 발가락을 꼬무락거리고,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풀어준다. 잠시 이곳저곳을 응시하며 딴생각도 해본다. 할 수 있으면 커피도 준비한다. 함께 곁들일 초콜릿이 없다면 시럽이나 설탕이라도 넣는다. 단 것을 좋아하니 이렇게라도 한다. 천천히 음료를 마시며 기지개를 켜고 찌뿌둥한 부분을 두들긴다. 이럴 여유를 그냥 가지기로 했다. 나도 잠시 무기력할 수 있다고. 항상 최선을 다할 상태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소리 없이 몸과 마음을 두드려준다.


문득 이런 말미를 갖지 못했던 과거가 생각났다. 숨표 없는 문장을 읽듯 바쁘게만 달린 시간이었다.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도망가듯 서둘렀다. 괜히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여건을 분석해서 지레 위축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무기력을 견디지 못했고 받아들이지 않았던 모든 순간이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결국 더 오래, 멀리 달리려면 잠시 느려지거나 멈출 때가 있는 것인데. 이것을 시간이 흘러 이제야 알았다. 혹시 내게 높은 기준을 적용한 탓에 타인에게 너무 엄격했던 것은 아닐까도 돌아본다. 한가롭게 있던 동료를 쏘아봤던 내가 잠깐 부끄러웠다.


무기력이 찾아왔을 때 필요한 것은
기력이 아니라 휴식입니다.
저는 그런 여유를 잠시 가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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