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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곰돌이 Jun 20. 2018

스마트폰의 주인은 우리가 아니다

19화. 스마트폰 통제방식의 이동: 우리가 놓친 음성인식 인공지능

화장실에도 휴지 대신 스마트폰을 가져간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오늘 하루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화장실에 다녀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화장실에 무엇을 가져가는가? 많은 사람들이 '휴지'라고 생각하겠지만, 답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으로 뒤처리를 하기 때문은 아니다(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물론 뒤처리를 하고 나서 스마트폰을 만지는 사람들은 있겠지만 어쨌든 그 때문은 아니다. 스마트폰이 그만큼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스마트폰이 우리의 '전뇌'가 되었다고 말한다. 

전뇌란 컴퓨터를 사람 머릿속에 집어넣고, 사람의 뇌와 결합해 하나로 일체화시킨 것이다. 컴퓨터가 뇌의 활동을 보조하도록 하여 뇌의 기능을 강화시킨 것으로, <공각기동대>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설정이 바로 '전뇌'이다. 스마트폰은 단지 몸 바깥에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우리 뇌와 폭넓은 상호작용을 하며, 뇌가 더 많은 일들을 처리할 수 있게 해 주고, 오늘날 우리와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100여만 원 가까운 돈을 주고 구매한 이 똑똑한 녀석의 통제권이 인공지능에게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음성인식 기능을 사용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과정을 떠올려 보자. 사용자가 '한솔이에게 카톡 메시지 보내줘'라고 말하면, 음성신호를 인식하고,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한 다음, 친구 목록에서 '한솔'을 찾고, 카톡 메시지를 작성한 다음, 전송한다.



이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인공지능에 음성신호를 전달하는 것은 우리지만 이후에 스마트폰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은 인공지능에 의해 진행된다. 가족이나 친구, 심지어는 애인에게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스마트폰의 통제권을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인공지능과 나눠 갖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우리말에 순순히 따르고 있는 이것은, 스마트폰에 다운로드되어 있는 모든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으며,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실행하여 검색, 메시지 작성 등 대부분의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IoT(Internet of Things) 기술의 발달로 집, 침대, 냉장고, 에어컨, 가스, CCTV 등 점점 더 많은 것들이 스마트폰의 통제를 받게 되면서,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혹자는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리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확장된 뇌의 일부'임을 생각하면, 이것이 정말로 '우리'의 통제 아래 있는지, 아니면 '우호적인 파트너'의 통제 아래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은 꽤 중요한 단계이다. 중세 시대의 주종 관계나 자본주의 사회의 갑을 관계로 정의할 수 없는, 인간과 물질 사이의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구매가 소유를 담보하지 않는다.

스스로 배울 수 있고, 읽을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는 인공지능(IBM WATSON, Google AlphaGo-zero 등)은 이미 우리 곁에 있다. 그리고 우리 손에는 거대한 진공관과 책상 위의 컴퓨터, 랩탑, 스마트폰을 거쳐, 작은 전원 버튼만 남아 있다. 10년 뒤, 혹은 5년 뒤에는 전원 버튼을 갖는 것조차 아저씨-아줌마들의 전유물로 남게 될지 모른다. 그래도 괜찮을까. 과학 상상화 속 미래를 고민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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