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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곰돌이 Jun 22. 2018

암과 노화: 동전의 양면

20화. 시간을 되돌린 모습은 아름답기만 할까?

사람들은 '암'과 '노화' 연구에 열광한다.

생명과학 연구 결과 발표 시즌이 되면 절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두 단어가 있다. '암'과, '노화'에는 사람들의 귀를 쫑긋 기울이게 만드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한편으로는, 인류에 대항해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끈질기고 고약한 녀석들이기도 하다. 어린이 과학 학습만화에서부터 화장품, 요양원에까지, 생명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질환이지만, 암과 노화가 빛과 어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처럼 완전히 반대의 성질을 가진 녀석들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늙는다(노화)는 것은 무엇일까? 생물학적 측면에서 노화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필연적으로 세포에 축적되는 손상'이라 할 수 있다. 섭식과 배설이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처럼, 세포의 활동은 노폐물과 손상을 만들어낸다. 세포에게 더 많은 손상이 축적될수록 세포는 더욱 빠른 속도로 죽음에 가까워지며, 인간에게 찾아오는 대부분의 질병을 유발한다. 말하자면, 모든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죽음에 다가가고,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그 속도는 급격히 빨라진다.



한 가지 다행인 사실은, 노화 속도가 유동적이라는 점이다. 수명은 유전적, 영양학적, 의학적 개입에 의해 조작될 수 있다. 그렇다면 노화를 막고, 젊게 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하나는 노화 과정을 늦추는 것(시계를 천천히 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노화 과정을 되돌리는 것(시계를 거꾸로 감는 것)이다. 언뜻 불가능하게 들리는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는 생물이 이미 존재하는데, 바로 '종양(암)'이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암,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까? 

'헨리에타 렉스'라는 자궁경부암 환자에게서 1951년 채취한 암세포인 '헬라 세포'는 인류가 최초로 배양한 암세포이다. 2018년 현재 약 20여 톤의 헬라 세포가 전 세계에 퍼져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활발하게 증식하며 실험에 활용되고 있다. 말하자면, 영생을 누리는 최초의 세포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전체 인류의 1/3이 암에 걸려 죽고, 1/3은 암에 걸렸다 살아나며, 죽은 사람들 가운데 1/3은 몸속에 종양이 있는 채로 발견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암은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몸속에서 숨죽여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 방법은 지난 칼럼 <데드풀이 암덩어리가 된 이유>에서 가볍게 다룬 바 있다. 화학적 치료, 방사선 치료 등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핵심은 자연 상태에서 천천히 세포에 쌓이는 손상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축적시키는 것, 다시 말해 '빨리 늙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간단한 항암 치료법은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세포들까지 빨리 늙고, 병들게 한다. 왜냐하면 암세포는 '또 다른 나'이기 때문이다. 

암세포는 본질적으로 본인의 정상 세포가 오작동을 일으켜 나이를 거꾸로 먹게 되는 것으로,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나'의 일부이다. 그래서 암세포를 공격하는 치료법은 높은 확률로 정상적인 세포들에게 노화를 일으킨다.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이빨이 빠지고, 머리가 하얗게 세는 모습은 항암 치료가 정상 세포에게 얼마나 비정상적인 노화를 부추기는지 잘 보여준다.


'방부제 미모 여배우, 20대에게 굴욕감 안겨'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세월을 거스르는 듯한 외모의 남-녀 배우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오늘날 세상은 영원한 젊음, 좀 더 향상된 기대수명에 환호하며 '과학이 승리했다'라고 말하지만, 그 뒤편에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폭증한 암 환자들이 병상을 가득 채우고 있다. 암과 노화는 마치 동전의 양면 같은 아이러니한 관계로 얽혀 있다. 암을 치료하려는 시도는 끔찍한 노화를 부추기며, 노화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비정상적인 돌연변이 세포들(암세포)을 일깨운다. 젊음과 나이 듦, 비정상과 정상, 옳음과 그름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 우리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 걸까? 우리는 이룰 수 있는 꿈을 꾸고 있을까?

시간을 되돌려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를 얻게 되면, 과연 아름답기만 할까?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기약 없는 동전 던지기는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 독자 분들께 #####
안녕하세요, '글쓰는 곰돌이' 강한솔입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을 보내고 계신가요 :) 
[공돌이의 호기심 이야기] 매거진을 찾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벌써 스무 번째 글이 발행되었고, 많은 분들께서 구독으로 응원해 주셨어요. 
그동안 공모전 준비와 매거진 연재를 병행해 왔는데, 
좀더 좋은 이야기를 전달하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1주일 정도 휴재를 하고, 더 좋은 이야기로 돌아오려 합니다. 
생활비좀 해결하고 올게요 :)

앞으로도 [공돌이의 호기심 이야기] 함께해주세요 :)

'글쓰는 곰돌이' 드림.






[1]. 사이언스 온, 2017-11-03, 노화는 불가피하다 -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수학적 모형 분석 논문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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