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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곰돌이 Jun 25. 2018

두 여성과 결혼하는 호나우지뉴?
:진화와 문화 사이

21화. 누가 결혼은 둘이서만 하라고 했나

지난 5월 25일, 전 세계가 한 축구 전설의 결혼 소식에 떠들썩해졌다.[1] 외계에서 온 것 같은 신들린 축구실력으로 바르셀로나와 월드컵을 호령했던 '외계인' 호나우지뉴가 두 명의 여성과 약혼을 했고,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라는 소식이었다. 브라질 매체 '오 디아'가 24일(현지 시각) "호나우지뉴가 지난해 1월 두 여성에게 청혼했고, 오는 8월 함께 결혼한다"라고 보도했다.[2]


사실이었다면 정말 흥미진진했을 이 소식은, 아쉽게도 호나우지뉴가 복혼설을 부인하면서 해프닝으로 끝났다. 그는 브라질 제1 매체인 '글로보'와의 인터뷰에서 복혼 보도에 대해 '가장 큰 거짓말'이라며 '결혼할 생각이 없다'라고 밝혔다.[3] 물론, 독실한 가톨릭 국가이자 보수적인 브라질에서 복혼이 최대 징역 6년형을 받을 수 있는 불법 행위이기 때문에[4] 호나우지뉴가 거짓 인터뷰를 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지구 반대편에서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2015-06-22 Metro, U.K. "Where exactly is polygamy legal?"

일부일처제가 언제부터 세계 각지의 문화 속에 깊게 뿌리내렸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거의 모든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의 일부다처제 혹은 다부 다처제를 유지했던 선사시대 인류와 달리, 오늘날 민주주의를 이룩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큰 마찰 없이 일부다처제-일처다부제가 폐지되었다. 일부다처제는 불교국가인 미얀마-스리랑카,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과 인도 공화국, 일부 이슬람권 국가들에서만 인정되거나, 관습적으로 허용되고 있을 뿐이다.[5]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오랑우탄이나 고릴라는 어떨까?

이들은 서로 다른 가족 구성을 보인다. 일부다처제를 선택한 고릴라는 몇 안 되는 수컷이 대부분의 암컷을 차지하며, 오랑우탄은 발정기 때 수컷과 교미한 암컷이 혼자 자녀를 키우는, 사실상의 일처다부제를 선택했다. 인간이 일부일처제 규범을 따르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게 나타난다.[6] 제대로 지키지도 않는 일부일처제 규범은 도대체 누가, 왜 만든 것일까? 

여성에 의한 성 선택적 압력?

먼저, 여성에 의한 성 선택적 압력이 관습을 변화시켜, 사회적 규범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왜냐하면 일부일처제는 여성에게 유리한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게 개체의 목적이라는(생존보다도 번식이 더 중요하다) 점에서 수컷이 지니는 성관계의 다양성 추구는 이상할 것이 없다. 반면 여성의 경우 여러 남자와 섹스를 하는 것은 자신에게 이득이 될 것이 별로 없는데,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 자식의 숫자가 임신 횟수의 제한으로 한계가 있고 수컷의 도움 없이 자식을 홀로 키워야 할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임신기간 동안 활동능력이 감소하는 자신을 보호해주고, 자녀 양육의 부담을 나눌 성실한 수컷을 골라 안정된 성관계를 가지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

남성으로부터의 관습적 압력?

남성으로부터의 관습적 압력이 일부일처제 규범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수컷은 자신이 아이를 낳지 않기 때문에 자식의 유전자가 자신의 것임을 확신하기 위하여 암컷을 구속해 왔고, 이것이 일부일처제라는 규범(결혼)으로 구체화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수컷은 새끼가 자신의 유전자를 상속하였다는 확신이 없을 경우 물질적-정서적 지원을 꺼리게 되며 수컷의 질투는 암컷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집요하기 때문에, 일부일처제가 남성의 작품이라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인류가 일부일처제라는 옵션을 (규범적으로나마) 채택함으로써 남성에게 신체적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영국 생물학자 로저 쇼트의 1970년대 연구에 따르면,  일처다부제를 선택한 오랑우탄은 최대한 자주 섹스를 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려야 하기 때문에 거대한 정소를 가지고 있는 반면에 일부다처제를 선택한 고릴라는 자손 번식에 대한 압력이 낮아 매우 작은 정소를 가지고 있었다. 몸무게는 고릴라가 침팬지보다 4배 무겁지만, 정소는 침팬지가 4배 무거웠던 것이다. 그리고 인간 수컷의 고환은 체중에 비례하여 고릴라의 다섯 배, 침팬지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쇼트는 이것을 일처다부제와 일부다처제 사이 정도로, 일부일처제의 종에게 적합한 크기라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영화 <혹성탈출>의 주인공 '시저'는 인간 남자보다 정력이 좋다. 크흑!!
어쩌면 이렇게 수컷을 변화시킨 주체가 성 선택적 압력인지, 문화 규범적 압력인지 따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오늘날 사회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빠르게 변화하고, 어느새 일부일처제도 구식 문화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족 구성 방식은 새로운 배우자 선택 기준을 만들고, 나아가 후세대에 전달될 유전자 구성마저 변화시키는 가장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과연 다음 세대는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게 될까? 한 번쯤 상상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1]. 2018-06-02, Mirror, Ronaldinho to marry TWO women at the same time after living "harmoniously" with pair since December
[2]. 2018-05-25, 연합뉴스, 호나우지뉴 여성 두 명과 결혼..."둘 다 받아들였다"
[3]. 2018-05-25, 조선일보, "호나우지뉴, 여성 2명과 동시 결혼"보도에 들썩..."거짓말"부인
[4]. 2018-05-24, USA Today, Ex-Brazilian soccer star Ronaldinho to marry two women
[5]. 2015-06-22, Where exactly is polygamy legal?

[6]. 시사저널, 2001-03-15, 최재천 자연 다큐 - 침팬지 성생활 

[7]. 붉은 여왕(매트 리들리 저)

[8]. 본성과 양육(매트 리들리 저)

[9]. 한선생, 2016-06-24, 일부일처제는 가장 진화한 결혼제도인가?(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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