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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곰돌이 Jul 05. 2018

과학도 예술이 될까요

25화. 바이오 현미경 사진전과 지식, 기술, 예술의 경계 

오늘날처럼 예술의 경계가 흐려진 때가 있었을까요? 

예술과, 예술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은 이제 완전히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들어가 버린 것 같습니다. 그 판단도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라, 불과 10년 전에는 손가락질을 받던 것들이 오늘날에는 '좋아요' 세례를 받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베를린 장벽에 제 멋대로 그린 낙서가 예술인지, 아닌지를 두고 갑론 을박이 벌어지는가 하면, 얼마 전에는 예술 사진을 찍는다며 명문대 출신 사진작가가 여대생-주부를 피사체로 8천여 장이 넘는 음란 사진을 찍고 판매했다가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대륙 건너편의 프랑스에 전시되어 있는 귀스타브 쿠르베의 <세상의 근원>앞에서는 한 여성 행위예술가가 그림처럼 자신의 음부를 내보인 사건을 두고 예술과 외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예술가의 생리혈이 묻은 팬티가 예술작품으로 나와, 크리스티 경매에서 42억에 팔리기도 했으니 뒤샹의 소변기는 이제 특별할 것도 없어 보입니다.



정식 예술이 아니더라도 버금가는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예술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제도권 아래서 잘 짜여진 예술이 감동을 주지 못하는가 하면, 정식 예술은 아니지만 그것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감동을 주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타납니다. 생명과학자들의 경우에는, 오랜 세월에 걸쳐 정교하게 진화해 온 생명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잉태된 생명. 각각의 다른 줄기세포 조직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항체를 주사해 현미경으로 촬영했다.
예쁘다는 건 무엇일까요?

 <철학과 예술사회학>의 저자인 자네트 월프(Janet Wolff)는 예쁘다는 것, 그리고 예술이란 사회적으로 정의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예술작품을 생산하고 수용하는 모든 사람들은 인식과 의지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들은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과 윤리, 정치 등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찰스 다윈은 "모든 생명체는 각자가 하나의 작은 우주다." 라고 말했습니다.



신과 종교의 영역이었던 생명과 지식이 오늘날 조금씩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막연한 불안과 경외의 대상이었던 생물의 많은 것들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알면 사랑하게 되는 것처럼, 과학과 사회, 지식과 일상이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세상이라면 과학도, 그럭저럭 봐줄 만하게 차려 입혀 놓으면 예술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참고문헌

[1]. 동아사이언스, 2016-12-19, 제13회 국제바이오현미경사진전 수상작

[2]. 조선일보, 2016-08-15, "예술사진 찍을게"...여대생, 주부 꼬드겨 음란사진 찍은 사진작가

[3]. 에피쿠로스, 2013-08-19, 예술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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