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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곰돌이 Jun 13. 2018

가축의 미래: 도축일까, 해방일까

15화. 동물권과 생명과학 - 가축 사육의 윤리성과 인공육 생산기술

평소처럼 식당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이었다. 식당 이모께서 수고했다며 삶은 달걀을 3개나 싸 주셨다. 연신 꾸벅거리며 달걀이 담긴 봉지를 받아 들고 식당을 나왔다.

요즘도 그때를 생각하면, 저녁거리로 달걀을 사려다가도 멈칫하는 때가 있다. 지난해 '살충제 계란 파동'의 여파가 아직까지 가시지 않은 것이다. 한때 3천 원 하던 계란 한 판 값이 1만 원에 육박해서 대형 마트에 가득 쌓여 있는ㅇ 계란을 보고도 '당분간은 못 먹겠다..'하며 서둘러 지나치던 때가 엊그제 같다.[1]

살충제 계란 파동의 원인은 비위생적이고 비윤리적인 동물농장의 사육환경 때문이었지만, 그 배경에는 거대한 '동물 공장'에 닭을 몰아넣고 모이를 먹여 키울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2] 달걀 값 인하 압력에, 값싼 외국산 닭고기-돼지고기의 유입 그리고 '제한된 자원에서 최대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원칙에 충실하게 농장을 운영한 것이다.

때문에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동물복지 수준을 향상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으며, 유럽 등의 축산 선진국들은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3]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기준에 맞춰 동물복지 농장 인증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기존의 A4 1/2장 크기의 공간만 허용되었던 닭에게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동물복지 농장의 기본 개념이다. 하지만 거대 목축지를 갖고 있는 뉴질랜드-호주 등의 축산대국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한참 뒤떨어질 국내 축산농가들이 버티지 못하면 국내 시장이 무역의존적인 취약한 구조를 갖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다른 한편에는 좋은 환경을 제공한 들 동물을 죽이는 행위의 본질적 비윤리성이 해소될 수 없다는 동물단체가 있다.[4] 가축의 동물권 보장이 인간에게 어떤 구체적인 이익을 가져다주는지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한, 이러한 노력이 모두의 인식을 바꾸려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시각도 있다.

그렇다면 동물권을 보호하면서, 값싼 고기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세포 배양육'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5] 2015년 설립된 미국 스타트업 '멤피스 미트'는 세포 배양 방식으로 1파운드(450g) 고기를 만드는 비용을 2016년 18,000$에서 2017년 2,400$ 미만으로 낮췄다.[6] 지난 5월 Techcrunch 보도에 따르면, 올해는 800$/kg으로 작년에 비해 1/6 정도로 생산비용이 감소했으며, 2020년까지 5$/kg이라는,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고기를 공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7] 이쯤 되면 정말 외계인을 고문시켜서 기술을 개발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동물세포를 증식시켜 '청정 고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가축에 항생제를 과다 사용하거나, 인공 동물사료, 유전자 변형(GM)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식용 단계에서의 위험성도 없다.[8]

Memphismeat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까지 kg당 5천 원 하는 고기를 맛볼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국제 기업들의 연이은 투자가 계속될수록 생산비용도 더욱 낮아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돼지도, 소도, 닭도 철창에서 풀려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효용가치가 떨어진 가축에게 비정상적인 개체 번식을 허락할 만큼 인간은 자비로울 수 있을까? 당장 인간부터 비좁은 땅뙈기에 높다란 건물을 올려 아옹다옹하며 사는 마당에 말이다. 과학이 가축을 해방시킬 가까운 미래가 오기 전에, 우리는 동물권을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 것 같다.







[1]. 경향신문, 2017-06-09, 달걀값 1판 1만 원... 언제까지, 얼마까지 오르나
[2]. 연세춘추, 2015-10-03, 동물 공장이 돼버린 동물농장
[3]. http://www.animal.go.kr
[4]. 연합뉴스, 2013-05-30, 동물보호단체-녹색당 '공장식 축산 반대' 헌법소원
[5]. 한국경제, 2017-08-25, 세포 배양한 '인공 고기'뜬다... 스타트업에 글로벌 기업 러브콜
[6]. http://www.memphismeats.com
[7]. techcrunch.com, 2018-05-03, <Tyson Foods investment arm backs another lab-grown meat manufacturer>
[8]. Bonny, Sarah PF, et al. "What is artificial meat and what does it mean for the future of the meat industry?." Journal of Integrative Agriculture 14.2 (2015): 255-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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