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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곰돌이 Jul 06. 2018

좀비에게도 사회성이 있을까

26화. '나는 전설이다(2009)'의 생물학


'좀비의 생물학(Zombiology)' 특집
>>> 1화. <부산행> 좀비의 생물학 - 생명공학은 어떻게 또 사고를 쳤나
>>> 2화. <나는 전설이다>의 생물학 - 좀비에게도 사회성이 있을까


이번엔 암 치료하다 실수했대.

영화는 평소와 다름없는 과학 뉴스로 시작된다. 아니나 다를까, 생명과학 관련 소식이다. 암 치료에 탁월한 효험이 있는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그런 게 가능하다고?!). 홍역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인체에 유용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1만여 명에게 임상 실험을 했고(?!), 100% 완치되었다며 암의 정복을 선언한다. 그리고 3년 후, 뉴욕의 인류가 단 한명만 남은 걸 보면, 지구 오염의 주범인 인간으로부터 지구를 '완치'하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안전성이 검증되지도 않은 약으로, 1만여 명의 환자에게 임상 실험을 진행하는 것은 얼마의 부가가치가 보장되어 있건 간에 불가능한 일이지만(신약 만드는 입장에서도 이렇게 쉽게 임상실험을 허가해 주면 고맙긴 한데, 인류 멸망이 3배는 빨라질 거다), 이번 칼럼에서는 영화의 원활한 전개를 위해 관계자 몇 분께서 도장 몇 개를 잘못 찍으셨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현실에서는 그토록 받기 힘든 승인 도장을 쉽게 찍어주는 것도 영화 속 판타지의 일종이다.

<나는 전설이다>에서 가장 흥미로운 좀비 설정을 하나 꼽자면, "사회성"을 들 수 있다. 주인공 '윌 스미스'는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고 있고, 자신의 피를 활용해 바이러스에 걸린 돌연변이(좀비)들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수백 개의 개체를 잡아다 생체실험을 진행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좀비들이 무리를 이루며, 조직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런데 하필 주인공이 실험체로 데려온 좀비가 리더 좀비의 가족이었다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 줄 수밖에...
그렇다면, 좀비는 어떻게 무리를 이룰까?

좀비가 무리를 이룬다는 것은, 인간과 좀비를 분간할 수 있고 먹이와 먹이가 아닌 것을 분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룸메이트의 비상식량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상할 수 있는 방법은 높은 심장 박동수, 높은 체온, 외골격 등 반응속도와 활동성이 인간에 비해 월등히 높은(신진대사가 활발한) 좀비만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런데, 좀비 무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바로 "의사소통"이다. 왜냐하면 개체들이 무리 지어 사는 것의 장점 - 먹이를 원활하게 확보하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는 것 - 들은 개체 간 긴밀한 의사소통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간과 영장류, 돌고래 등 지능이 높다고 알려진 종뿐만 아니라 빅 아이즈(Pempheris adspersa) 같은 물고기들도 소리로 소통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시각 신호가 닿지 않는 곳에서 이동할 때에도, 소리를 내어 서로 연락해서 무리로부터 이탈하지 않도록 돕는다.

뿐만 아니라, 250여 종의 어류들은 몸에서 전기장을 만들어 개체 간 정보를 전달한다. 짝짓기를 하거나, 무리를 이루는 데 활용한다. 전기뱀장어처럼 '전기'하면 떠오르는 녀석들도 있지만 김나르쿠스, 김노투스 같은 작고 온건한 녀석들도 있다. 나무의 경우에도 벌레가 침투하면, 석탄산(Phenol)과 탄닌(Tannin)을 분비하여 벌레를 쫓아낼 뿐 아니라 주변 나무들이 보호막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서로 소통한다.


그렇다면 좀비는 어떻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을까?

정보의 생성과 해석, 2단계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영화를 살펴보면, 좀비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성대의 떨림을 통해 나오는 소리로 의사를 전달한다. 공격과 집결, 호출 등 다양한 메시지를 소리로 전달하는데, 야만에 가까운 공격성에 비해 메시지를 생성하는 데 필요한 판단력, 사고력, 언어능력이 주인공의 생각보다 훨씬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이 생명과학 연구자임에도 이런 특징을 파악하지 못한 건 세부 전공이 달라서가 아닐까.


>>> 3화. <나는 전설이다>의 생물학 - 그 '좀비'가 소통하는 법에서 계속...




[1]. 사이언스 타임스, 2016-01-14, "물고기도 포유동물처럼 소리로 소통한다"
[2]. 국제신문, 2011-01-20, "Sea 스토리 <1> 어류의 의사소통"
[3]. Brainworld, 2018-05-17, "How your Brain Processes 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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