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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곰돌이 Nov 12. 2018

<인크레더블 2> 영웅들이 좀비가 되었다니요

좀비 톡톡> 최면은 어떻게 좀비를 만드는가

큰일이다!!

[한예종-포항공대 웹 매거진]에 칼럼니스트로 참여하기 위해서 중간고사 직후 '좀비 톡톡'을 좀 더 집중적으로 연재했어야 했는데, 밀린 수면과 유튜브 방송에 온통 빠져 있다 보니 아직 한 편도 완성하지 못했다. 적당히 쉬다 보면 다시 잘 쓸 수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디즈니 덕후들이 10년 가까이 기다려 온 영화 <인크레더블 2>의 주인공들도 나와 비슷한 곤경에 빠진다. 영화는 히어로가 불법이 된 세계에서 히어로들의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욕망, 그리고 히어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상반된 인식이 만들어내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데, 조금 다른 점이라면 '진짜 최면'에 걸려서 악당이 시키는 명령에 꼼짝없이 따르게 되었다는 점 정도다.   

아니 그런데, 최면이 말이 되기는 하는 거야?

최면은 고통을 경감시키고, 사람들이 담배를 끊게 만들거나 특정 공포증을 치료하는 등 일반적인 의료 요법으로 다양한 환자들에게 활용되어 왔다. 하지만 최면 요법이 가져다주는 효과들이 뇌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별도의 신경 생리학적인 상태인지, 아니면 단순히 최면에 걸린 사람의 기대의 산물인지에 대한 논란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뭐, 실제로 최면에 걸려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인크레더블 영웅들에게는 과학자들의 태도가 조금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동안 전통적인 신경과학자들은 최면술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지만, 2016년 스탠퍼드 정신과 슈피겔 박사 연구팀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의 몇몇 부분들이 최면일 때와 정상적인 의식 상태일 때에 서로 다르게 기능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진은 뇌의 혈류를 측정해 활발하게 기능하는 뇌 부위를 찾아내는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을 이용해 집중력/주의력, 신체 기능의 제어 등과 관련된 뇌 영역의 활동 변화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최면술을 받은 피실험자의 뇌에서 자아성찰, 공상에 관련된 영역과 계획-수행에 연관된 전두엽 피질 영역 사이의 상호작용이 감소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슈피겔 박사는 이것을 '최면 술사가 축구 코치로 하여금 발레리나처럼 춤을 추게 만들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면당한 환자에게서 '정신-자아'와 '신체-행동' 사이의 연결고리가 일시적으로 약해질 수 있고, 마치 '일라스티걸'이 미스터 인크레더블을 공격하라는 명령에 충실히 따를 수 있는 것처럼 외부의 명령에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Measurement of two brain activities
최면으로 영웅을 조종할 수 있게 되는 그날까지, 남은 과제들  

하지만 최면술이 완전히 설명 가능한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오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의 연구들이 최면의 여러 가지 능력이 발휘되는 다른 과정(촉진하고, 중독을 끝내거나, 빠지게 만들거나, 가능하게 하는 모든 것들)들에 대해서도 규명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또한, 이번 연구 결과와 같이 대략적으로 뇌의 특정 '부위' 사이의 상호작용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뇌 영역 간의 신경 네트워크, 혹은 영역 내의 네트워크 사이에 기능적으로 어떤 연결 패턴이 나타나는지 등을 더 규명해야 최면술의 완전한 이해에 조금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일반인의 뇌에는 1000억개의 뉴런, 100조 개의 시냅스가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길).


최면에 걸린 사람은 여러 측면에서 '좀비'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좀비의 기원으로 여겨지는 아이티에서는 약물과 폭력을 반복해 자기 의지를 파괴한 다음 노예로 부려먹기도 했다는 루머가 있고, 중앙아메리카에서는 사람들을 약물에 중독시켜 노예처럼 부린 농장이 실재했다고도 한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식의 이야기겠지만, 의식 없이 떠밀리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디 구전 동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기만 할까. 일찍이 시인 '이상' 또한 <거울>이라는 작품에서 참된 자아를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의 비극을 노래하였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의 '부산 데이트 코스' '신촌 핫플'을 쫓으며 타인이 권하는 생활, 추천한 책이나 영화들을 따라 다니는 것도 또한 우리들의 모습이 아니던가.

어쩌면 영화 <인크레더블 2> 속 최면은 생각보다 익숙한 형태로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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