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행자가 겪은 아시아인 차별에 대한 단상(單想)
엊그제 친구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였다.
장난기가 좀 많은 아이들이긴 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독일인 아이에게 쓰레기를 던지기까지 했으니까. 그 아이가 내리고 난 뒤에 아이들의 목표물이 바로 앞에 앉은 동양인인 나와 친구로 바뀌었던 것 같다.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는 내 머리를 풍선으로 툭툭 치면서 남동생과 함께 키득거렸고, 내가 '당장 그만둬'라고 경고한 뒤에도 앵무새처럼 내가 한 말을 따라하며 버스에서 내리기 전까지 우리의 화를 돋우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어제 아침에는 영국 캔터버리의 어느 한국인 유학생이 영국인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여성이 폭행당한 이유는 자신에게 쓰레기를 던지는 영국인들을 피하지 않고, 항의했기 때문이었다. 함께 있던 친구가 수차례 경찰에 전화를 걸었음에도 영국 경찰은 '지금 가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폭행이 일어난 장소에 있던 CCTV는 확인하는 데 까지 몇 달은 걸린다고 했다. 맞은 사람은 있는데 때린 사람은 없었다.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네덜란드로 돌아 온 뒤에도 네덜란드 사람들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자리를 피하게 되고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맞은 사람은 있는데 때린 사람은 없었다.
유럽의 아시아인 차별이 특히 비정상적이라 단정지으려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고, 서로 다른 가치관들이 뒤섞이고,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는 경험은 잘 교육된 성숙한 어른에게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일인데, 하물며 아이들이야 제대로 교육받았다 한들 오죽 어려울까. 유럽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한국에서, 일본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에피소드다. 차별을 하는 사람들도 뭘 알고 한다기 보다는, 사실 뭘 제대로 모르는 편에 가깝다. 난 재미있는데 이게 인종차별인 줄은 몰라서, 네가 이걸 기분나빠 할 지 몰라서.
불만이 축적된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희생양을 찾는다.
이러한 행동은 종종 그 사회의 가장 아래층에 다다르기까지 반복된다. 고소득자에서 저소득자로, 저소득자에서 타인종으로, 타인종에서 흑인-무슬림-혹은 아시아인으로, 마지막에는 '외국인' 혹은 '유학생'으로까지 차별의 도미노는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 갑-을 관계를 끊는 대신, 갑이 되려고 한다. 그게 더 쉽고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한국인이 대개 그 도미노의 앞부분 어딘가에 위치해 있고, 어렵지 않게 주변에서 다음 희생양을 찾을 수 있지만 유럽에서는 훨씬 더 소수자의 입장에, 인권의 사각지대에, 그러므로 차별이라는 도미노의 밑바닥에 있을 뿐이다.
가끔, 우리가 이 도미노의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 깨닫는 순간이 있다.
오늘도 새로운 소식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