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바꾸는 사회 - 자전거 공유 산업 in Netherlands
지난 글에서는 네덜란드의 자전거/사람 중심의 교통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하지만 시스템이나 사회적 인프라가 오늘날 네덜란드의 자전거 이용률(등록된 전체 자전거 수/거주민 수)이 100%를 넘어가는 현상을 설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자전거가 비싸거나, 부품을 구하기 어렵다거나, 타이어 펑크 등의 돌발상황을 모두 스스로 떠안아야 한다면 집집마다 육중한 공구통을 들여놓아야 할 테고, 유지비용도 부담스러워질 테니 말이다. 6개월~1년만 머물다 떠나는 유학생이라면 자전거를 타기 위한 초기 투자비용이 더욱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독일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하는 한국인 대학생들이 대부분 자전거 대신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한국에서 자전거를 타 보지 않았던 친구들도 일단 네덜란드에 오면 진지하게 자전거를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배워서라도 타게 된다는 것이다. 1년에 300일 이상 비가 오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1. 비싼 교통비
2. 걸어 다니기에는 너무 먼 슈퍼, 학교, 기차역
3. 버스보다 빠른 자전거
1. 비싼 교통비
네덜란드의 교통비는 기본요금이 2.2유로이고, OV-chipkaart(한국의 교통카드에 해당)를 이용하면 내릴 때 payback을 받을 수 있다. 교통카드를 이용해 학교와 집을 오가게 되면 왕복 3유로(한국돈 4천 원 정도) 정도를 쓰게 된다. 큰돈은 아니지만, 주 5일 수업이라면 매주 2만 원씩, 1달에 8만 원~10만 원까지 나갈 수 있는 아까운 지출내역이다(매일 학교-집만 오가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2. 걸어 다니기에는 너무 먼 슈퍼, 학교, 기차역
그렇다고 슈퍼, 학교, 기차역을 걸어 다니려는 건 네덜란드 사람들도 추천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Vossendijk의 경우 학교까지는 걸어서 1시간, 기차역까지는 걸어서 1시간 4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반면에 버스로는 각각 20분/25분, 자전거로는 15-17분/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3. 버스보다 빠른 자전거
위의 2번에서도 언급했듯이, 자전거는 보통 버스보다 더 빠르다. 왜냐하면 교통신호 시스템이 자전거 우선으로 설계되어 있어서 버스보다 자전거가 더 빨리빨리 골목을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과는 달리 네덜란드 버스는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골목도 많고 자동차 도로가 넓지도 않기 때문에 그리 빠르지 않다. 네덜란드 사람들도 보통은 자전거를 이용하고, 비 오는 날에만 제한적으로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이 말은, 비 오는 날에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네덜란드에서 자전거는 어떻게 구하는 것이 좋을까(이 이야기를 이제야 하다니)? 네덜란드에서 자전거를 구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링크 참고). 네덜란드의 한국인 유학생들에게(특히 교환학생들에게) 가장 추천하는 자전거는 Swapfiets.nl이라는 네덜란드의 공유 자전거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다. 학생이라면 월 12유로 정도로 새 자전거를 탈 수 있고, 자전거 정비나 Flat tire 문제도 학교 근처에 있는 swapfiets centre를 통해 무료로 해결할 수 있다. 자전거 자체의 질도 만족도가 상당히 높고, 핸드브레이크가 있는 모델도 선택할 수 있다(핸드브레이크가 없는 오리지널 모델도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다).
네덜란드에서도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더 많은 학생들이 swapfiets를 이용하는 추세이며, Nijmegen 뿐만 아니라 Rotterdam, Amsterdam, Arnhem, Breda, Delft, Den bosch, Den Haag, Eindhoven, Enschede, Groningen, Haarlem, Leeuwarden, Leiden, Maastricht, Tilburg, Utrecht, Wageningen, Zwolle, Antwerp 등 네덜란드 대부분의 도시들에서 공유 자전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날 수 있다(몇 년이 지나면 대부분의 젊은 층이 swapfiets 서비스로 갈아탈 것 같다. 그만큼 만족도가 높다). 필자는 2018년 가을 기준으로 서비스를 신청하고 약속한 다음 2일 정도를 기다리고 나서 자전거를 받을 수 있었다. 직접 받으러 가는 게 아니라, swapfiets 서비스 직원이 자전거를 5~6개씩 차에 싣고 다니며 가져다준다(귀찮게 씻고 나갈 필요가 없다).
공유 자전거 산업이 네덜란드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초기 투자비용을 절약하면서 필요한 기간 동안 양질의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중고 자전거 시장이 위축되면서 자전거 도난 사건도 과거에 비해 적게 발생하고 있다(바코드가 등록되어 있는 공유 자전거를 절도범들이 꺼리는 효과도 있다).
관광상품을 넘어선 '진짜' 공유 자전거 산업은 이미 네덜란드 사회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 2016년 2월 '공유도시'를 선언한 암스테르담은 유럽에서 가장 유연하게 공유경제를 수용하고, 세계 곳곳이 진통을 겪는 동안 법규 정비를 서두르며 지원과 규제의 한계를 명확히 했다.
Snappcar, AirDND, Thuisafgehaald 같은 생활 밀착형 공유경제 스타트업들이 급성장했고 가정용품/공구를 공유하는 'Peerby'는 유럽 주요 20여 개 도시, 미국 10여 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암스테르담은 서울, 뉴욕, 파리, 아테네 등 세계 주요 공유도시들과 공유경제 전문가들을 모아 '공유도시 간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며 공유경제 산업 허브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네덜란드의 미래 사회가 기대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