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신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지난해 4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18년도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 종목이 시범종목으로 추가되었고,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는 '공식 종목'으로 e스포츠를 추가하는 협약이 아시아 올림픽 평의회(OCA)에서 체결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오늘날 e스포츠는 축구, 야구에 뒤지지 않는 거대 스포츠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 규정 때문에 한국 e스포츠 대표팀이 출전 무산 위기에 처했던 사례처럼, e-sports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은 탄생 20주년을 맞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1]
그렇다면 e스포츠를 스포츠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의 근거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스포츠의 정의인 "일정한 규칙에 따라 겨루는 신체 활동"에서 답을 찾는다. 일정한 규칙은 존재하지만, 게임하는 것을 유의미한 신체 활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에 완전히 몰입하는 동안 땀을 뻘뻘 흘리고, 완전히 녹초가 되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e스포츠의 신체 운동은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기에 부족할까? 생명과학의 시각으로 바라본 '신체'란 도대체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신체를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팔다리'로 생각한다. 이러한 편견을 깬 유명한 실험으로 라마찬드란의 '환지통 실험'이 있다. 환지통이란, 팔이나 다리가 절단된 환자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의 하나로, 절단되고 없는 팔이나 다리 부위에서 극심한 가려움이나 통증을 느끼는 증상이다. 가려운데, 긁을 수는 없으니 환자는 미칠 노릇이다. 라마찬드란은 아주 기발한 방식으로 환자들의 통증을 덜어줄 수 있었다.[2]
과정은 이렇다. 왼팔을 잃은 환자의 정상적인 오른팔이 들어갈 수 있는 큰 통을 만든다. 오른팔이 들어가는 통 안에는 전면 거울을 설치한다. 그러면 환자는 거울을 통해, 마치 왼팔이 있는 것처럼 보게 된다. 그러고 나서 환자의 오른팔을 긁어주면, 비록 거울에 비친 가상의 이미지이지만 환자는 왼팔의 가려움이 해소되는 것을 경험한다. 라마찬드란은 이를 '거울 시상 효과'라고 불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 이유는, 통증 또한 왼팔에 해당하는 두뇌지도 상의 뇌 피질의 작용이기 때문이다. 왼팔의 통증은 그 부위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두뇌의 어느 부위에서 발생하는 신호이다. 그래서 잘려나간 왼팔이 간지럽고, 오른팔을 긁어도 왼팔을 긁었다고 생각하면 가려움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인식'하는 신체와 우리가 의지로 '컨트롤'할 수 있는 신체는 다르다. 그렇다면 두 관점으로 바라본 신체를 게임에 적용하면 어떨까? 먼저, 게임 속 세상에서 우리는 직접 싸우지는 않지만, 부분적으로 캐릭터의 행동이나 감정에 동화된다. 게임 속 비행기를 조종하면서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몸을 비틀거나, 귀신을 피해 지나가기 위해 몸을 잔뜩 움츠리는 행동은 우리가 게임 속 캐릭터의 신체를 부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인간 의지에 의한 컨트롤이 '대뇌에서의 전기신호 => 근육 수축 신호 => 구체적인 행동명령'의 과정을 따르는 점을 생각해보면 '키보드와 마우스를 통한 입력 신호 => 게임 속 프로그램 언어 신호 => 캐릭터의 구체적인 행동 명령'의 과정을 따르는 게임 역시 '확장된'신체적 활동, 다시 말해 '스포츠'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신체를 '뇌가 인식할 수 있는 범위'로 보든, '뇌가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로 보든 게임 스포츠에도 유의미한 신체 활동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올여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채택된 '리그 오브 레전드(LOL)'을 치르기 위해 지난 7일, 한국 대표팀이 출국했다. LOL의 신으로 회자되는 '페이커'이상혁을 비롯해 6명의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게 된다. 그들의 노력이 '평범한 스포츠 활동'의 일부로 인정받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라 본다.
[1]. 포모스, 2018-06-07, '페이커'이상혁, "아시안게임 예선하러 가요"
[2]. 생물 철학, 최종덕 지음, 2014, 생각의 힘 출판사, p388-390.
[3]. Shepherd, Gordon M. Neurobiology. Oxford University Press,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