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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고래 Jul 20. 2022

애매한 게, 모호한 게 정상이다.

생각 연습

최근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알고 보니, 나는 어떤 일에서든 명확한 상태가 되기를 바라서, 무리를 많이 하더라고."


새로 운동을 시작하면 내가 그 운동을 할 줄 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수준까지 빠르게 닿기 위해 다소 무리해서 운동을 배웠고, 일을 할 때도 '그 업무 할 줄 알아요.'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무리를 했다. 커리어도, 삶의 모습도, 취향도... 모든 것을 빠르게 '이렇다!'하고 답을 내고 싶어 늘 무리했다.


그랬던 이유는 '오래 과정 속에 놓여있는 것이 고통스럽다'라고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이것이 정답이다!', '이것이 내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이런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면 더 이상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과정 속에 있다면 그것은 늘 인풋이 필요하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상태라는 말이니까. 그러니 무엇이라도 '명쾌하게' 만들어서, 내 노력과 고민의 영역에서 제거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이런 성격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살아왔다.ㅜㅜ)


얼마 전 최은영 작가의 단편소설집 <애쓰지 않아도>라는 책으로 토론을 할 때는 이런 대화가 오갔다.

"육식주의자냐, 비건이냐를 따지고 서로를 비방하는 것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아요. 완전 비건이나 과도한 육식주의가 아니라, 환경이나 동물을 위해 '채식의 양'을 조금씩 더 늘려가는 방향성만 가져도 좋은 게 아닐까요?"


"사실 보수냐, 진보냐 하는 문제나 여혐, 남혐의 극단적인 양상이 나타나는 부분 모두가 '극단'으로 답을 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아요."


헤이조이스의 커리어 강의에서는 이런 말을 들었다. 민음사 마케팅 팀의 팀장님의 강의 내용이었다.

"회사 생활이 다 싫고 나쁜 게 아니라 '이런 건 싫고, 이런 건 좋아'라는 양면이 있잖아요. 좋은 부분과 싫은 부분이 공존하는 곳이 직장이다'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뉘앙스를 옮긴 것일 뿐, 정확한 멘트는 다를 수밖에 없음)


내가 '무언가를 배우고, 그 정도를 평가하는 방법', 그리고 '채식주의에 대한 대화', ' 직장이 좋은가 나쁜가? 에 대한 생각' 등 이 모든 영역은 생각해보면 딱 부러지게 100% 그렇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영역이다. 배움은 늘 '과정'에 있고, 100% 비건이나 100% 육식은 어려우니, 방향성을 채택하되 두 가지 모두를 섭취하며 지향하는 쪽으로 가까워지는 게 일반적이다. 사람이나 집단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부분은 좋고 이런저런 부분은 싫을 수 있다.


그런데 완벽한 것이, 고민이 끝나버리는 것이, 확실한 것이 좋으니까 자꾸 빠르게 '완료'시키려고 한다. 그런데  '빠른 완료' 수많은 상황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상태이고, 때로는 인생을 , 또는 인간의  생애가 끝나도 완료할  없는 문제들도 많다. 그러니 '불완전하고 애매모호한' 상태를 견디며  속에서 자꾸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같다.


✧애매한 많은 것들에 대한 생각 예시✧

일주일간 식사의 50%는 채식 위주, 나머지 50%는 육식 위주로 먹고 있다. 여기서 채식의 구성비를 60% 정도로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람은 A  일은 잘하지만, B  부분은  못한다. (의 A장점을 살리거나 B단점을 보완하자)

우리 딸은 '이런 건' 참 좋은데, '이런 부분'은  **의 이유로 보완하면 좋겠어! (드라마에서 '우리 딸은 착해! 누구네 애는 나빠!'이런 말이 생각나서 적어봄... 착하다, 나쁘다로 단정 짓는 것은 옳지 않다.)

나는 그녀의 @@한 부분을 좋아하지만,!! 한 부분은 싫어한다. (좋은 면이 더 많다면 그를 만나고, 싫은 점이 더 많다면 관계를 고민한다.)

현대무용을 배운다. 한 달 전에는 아예 초보였고, 언젠가는 마스터가 되고 싶다. (지금은 초보지만 더 나아지는 과정에 있다. 꾸준히 하면 계속 더 나아진다.)

회사의 **부분은 좋고, &&부분은 싫다.(직장생활에 좋음과 싫음이 공존한다. 싫음과 좋음의 내용과 퍼센테이지를 따져서 체류할지, 이직할지 결정한다.)

나는 세계 제일의 요리사는 아니지만  잘하는 요리사이다. ( 잘하는 것도 '잘하는 '이다라고 셀프 다독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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