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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고래 Jul 17. 2022

샐러드를 먹는 방법

샐러드 먹기에 자꾸 실패한다고요?

‘샐러드를 한번 거하게 먹을 때가 되었는데?’


가끔 내 내면의 수다쟁이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 수다쟁이는 ‘샐러드…그러니까 야채의 느낌이 필요하다고!’ 하고 거듭 외친다. 그런 날이면 하루 이틀 내로 샐러드를 꼭 먹어준다. 회사에 다닐 때는 회사 주변의 샐러드 가게를 몇 곳 확인해 두었다. 코로나19 이후 회사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일이 일상화된 뒤로는 동료들을 꼬셔서 종종 샐러드를 시켜먹기도 했다.


동료들에게 “, 오늘 샐러드 어때요?” 하고 물으면 반응은  가지로 돌아왔다. 반대파는 ‘무슨 샐러드냐?’고 말하는 듯, 조금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거나(반은 장난 조지만), 미안한 표정으로 “밥이 좋아서요.”라고 완곡히 거절했다. 찬성파는 “좋아요! 어느 집에서 먹을까요?”하고 흔쾌히 답하며 샐러드 점심에 합류하곤 했다. 물론 같은 사람이라도 때론 반대파가, 때론 찬성파가 되었고 그렇게 샐러드 점심 멤버가 바뀌곤 했다.


회사에서 해결할  없을 때는 쿠팡이나 마켓컬리를 이용했다. 온라인 샵들에서 가장 사랑하는 샐러드 브랜드는 ‘샐러딩인데, 쿠팡에서는 2개를 묶음으로 해서, 새벽 배송으로 보내주었기 때문에 어느  느닺없이 수다쟁이가 ‘내일은 샐러드다!’하고 자꾸만 외치면 하는  없이 주문 버튼을 누르곤 했다. 샐러드는 ‘채소의 질과 ’, 그리고 드레싱과  외의 토핑이  어우러지는 맛을 내는가?  매우 중요한데 샐러딩의 거의 모든 종류의 샐러드가 이런 조건에 부합했다.

출처 : 쿠팡, 마켓컬리

내친김에 배달해 먹기 좋은 브랜드를 하나  고르자면 ‘콜린스다이닝 있다.  브랜드는 마켓컬리에서 만났는데, 다양하게 제품을 시켜먹어 보진 못했지만 ‘슈퍼 곡물 샐러드만큼은 손에 꼽게 맛있었다. 곡물 샐러드라 모양이 그리 예쁘진 않지만 곡물 샐러드라 포만감도 들고 식감도 좋았다.


이렇게 외식과 배달로 샐러드 소비가 늘어 감에 따라 자연히 샐러드 레피시를 많이 알게 되면서, 집에서도 점점 더 샐러드를 많이 해 먹게 되었다. 나는 ‘씹는 느낌’을 매우 중시해서 당근, 양파, 퀴노아, 병아리콩 정도의 식자재를 집에 구비해둔다. 그리고 이 야채들을 베이스로 그때그때 집에 있는 재료로 토핑을 변경해서 샐러드를 만든다.


가지가 있는 날에는 가지를 굽고, 계란이 넉넉한 날에는 계란을 삶고, 단호박이 있는 날에는 삶은 단호박을 곁들인다. 그밖에도 버섯, 애호박, 구운 토마토, 언리미 슬라이스(식물성 고기)  토핑이   있는 재료는 세상에 무궁무진하게 많다.


‘샐러드’는 이래야 한다!라는 절대적 규칙이 없다는 것을 여행을 하며 깨달았다. 프랑스에서 기차여행을 할 때는 옆 좌석에 앉은 여자 아이가 당근채만 잔뜩 담긴 투명한 플라스틱 병을 열어 천천히 당근채를 먹는 모습을 봤다. 나중에 그 애가 먹었던 음식을 찾아봤더니 ‘당근라페’라는 이름의 샐러드였다. (‘라페’는 강판에 갈다 라는 뜻으로, 채 썬 당근을 소스에 절인 프랑스식 샐러드다.) 나는 채 썬 당근만으로 구성된 샐러드가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었는데, 요즘 ‘당근라페’는 내게도 최애 샐러드 중 하나가 되었다.

당근 라페로 만든 오픈 샌드위치


스페인 산티아고 여행을 하면서는 드레싱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 한국 레스토랑의 경우 샐러드마다 드레싱을 굉장히 다양하게 사용하는데, 스페인에서는 정말 많은 레스토랑에서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 그리고 소금 등의 재료를 샐러드 재료들과 함께 같이 내어주었다. 먹는 사람 기호에 따라 소스의 양을 조절해서 먹는 방식이었는데, 처음엔 ‘ 샐러드 드레싱을 주방에서 조리해 주지 않는 거지?  샐러드를 자주 먹으면서 이렇게 드레싱의 다양성이 떨어지지?’하고 생각했다가 나중에는 ‘편리하군!’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여전히 한국의 레스토랑이 수많은 샐러드 드레싱의 옵션을 제공하는 것은 소비자로서 반가운 일이나, 집에서는 간단히 발사믹 드레싱으로 통일해 먹는다.

이렇게 이것저것 나의 샐러드 라이프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저는 금방 배가 고파져서 샐러드를 못 먹겠더라고요.”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분들에게는 내가 얼마나 많은 양의 야채를 한 번에 먹는지 알려준다. 내가 만드는 샐러드는 일명 ‘코끼리 샐러드’라는 별칭을 가졌다. ‘저걸 네가 혼자 다 먹는다고?’할 만큼 푸짐한 양을 먹기 때문에 샐러드를 먹는다고 쉽게 배가 고파지진 않는다. 그저 한국에서는 ‘샐러드’가 애피타이저 정도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아, 한 끼의 샐러드 양이 적기 때문에 배가 고프다는 편견이 생겨난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코끼리, 소도 산처럼 많은 풀을 먹고 힘을 쓰고, 덩치를 키우는 것을 보면 샐러드도 양껏 먹으면 분명 배부른 음식이 맞는 것 같다.


회사를 다니면서 아무 생각 없이 외식을 자꾸 하다 보면, 생각보다 ‘채소’ 섭취량이 매우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자주 외식을 하다가 몸이 ‘아 좀 다른 것을 원해!’하고 외친다면, 그럴 때 샐러드 한 접시 먹어보길 권한다. 샐러드에 익숙하지 않다면 샐러드의 토핑을 구운 야채에서 치즈, 구운 고기 등으로 확장해보면 좋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샐러드를 먹다 보면, 샐러드가 더 이상 ‘풀만 가득한 애피타이저’가 아닌 ‘훌륭한 한 그릇 요리’로 느껴지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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