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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고래 Aug 10. 2022

통증, 부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일상다반사

얼마 전 손가락 골절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다가 선생님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


나 : 쌤 손가락을 다쳤으니, 이번 여름에는 서핑을 더 못하나요? 그럼 깁스하고 요가는 해도 될까요?


의사 선생님 : 사람들이 운동을 하다가 다치면 저한테 이렇게 물어요, 만약 축구를 하다가 다치면 "축구를 하지 말아야 할까요?’하고. 그런데 그건 본인이 정해야 해요. 기준은 ‘내가 그것을 얼마나 사랑하는가?’ 예요.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이셨다. 운동을 하면 당연히 다칠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그 위험을 감수하고, 때때로 다치고 통증을 느끼고, 병원에 와서 치료받는 번거로움을 느껴도' 하고 싶으면 그 운동을 하는 거다. 근데 아픔을 참을 만큼은 그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는다는 선택을 해도 된다. 물론 자전거 타시는 분들 중에 연골이 다 부러져 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렇게 너무 심한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운동은 생명과 직결되니 훨씬 주의를 기울이거나, 수위를 낮춰 운동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한다.


보통 정형외과는 대기시간이 긴 병원 중 하나이기 때문에 그날 나는 책을 가지고 병원에 갔는데, PT트레이너이자 요가 선생님인 이우재 작가의 <각자의 요가>라는 책이었다. 우연찮게 그날 읽은 부분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통증과 부상, 이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는 멈춤 신호가 아니다. 방법을 바꿔, 생각을 달리 해보고 더 크게는 일상에 변화를 만들어 보라는 알림이다. 몸이 우리에게 조심하라고, 뭔가 좀 안 좋은 것 같으니 다르게 해 보자고 건네는 신호다.


2주 전, 핀차마유라나사나를 연습 하다가 과도하게 후굴을 시도해서 묵직한 허리 통증을 느꼈었다. 원래도 허리가 약한 편인 나는 그날 그 수련 후로 계속 허리가 아팠는데, 그래서(약 2주 동안 아팠다) 계속 후굴을 해도 되는 것인지 걱정이 되었다. 선생님께 물어보니 허리보다는 가슴과 등 부위를 사용하는 일에 더 신경 쓰며 수련하며 된다고 하셨다. 나는 그럼에도 두려움이 앞서 통증이 사라질 때까지 요가를 쉬어야 하나 고민했었다. (사실 그래서 <각자의 요가>를 사 본 것이었다.)


아침 병원에서 선생님과 나눈 대화를 통해 나는 내가 '고통'을 두려워해서, 요가를 하는 것을 주춤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 모든 일에는 해야 할 무수한 이유와 하지 않아야 할 무수한 이유가 존재하는데, 내가 통증을, 고통을 느끼는 것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회복 가능한 정도의 자잘한 통증은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그 통증을 통해 새로운 배움을 얻어 다음 단계로 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통증은 소중한 것이라고, 고통을 느끼지 못해 피부 괴사 등이 일어나는 나병이 그래서 무서운 것이라던데, 나는 '통증' 그 자체를 절대로 경험하기 싫은 무언가로 여기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이 자잘한 고통보다 서핑을, 요가를, 수영을, 달리기를, 등산을, 자전거 타기를... 내가 해 오던 그 모든 운동을 사랑한다. 그러니 더 큰 부상을 막아주고, 다른 방식으로도 시도해보라고 주는 몸의 신호인 통증을 '멈춤'의 신호가 아닌, 잠깐의 '쉼표',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해보자는 '변환점'으로의 신로로 여기며 사랑하는 운동들을 계속해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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