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배송의 편리함 VS 살인적인 유통 수수료
소비자인 당신은 쿠팡의 서비스를 좋아하는가?
'유통업자'로서의 쿠팡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가?
'고용주'로서의 쿠팡은 어떤가, 그들을 옹호할 수 있는가?
오늘 스터디 사람들과 '한국 온라인 커머스 시장을 점령한 쿠팡'이라는 제목의 짧은 영상을 보고 대화를 나눴다. 미국 CNBC에서 만든 2분 이내의 짧은 영상으로, 주된 내용은 쿠팡이 어떤 서비스로,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고, 주식 가치는 얼마인지 등이었다.
쿠팡에 대한 대화를 하면서 나는 이 회사에 대해 긍정적 시선보다는 부정적 시선을 더 강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소비재 회사의 마케터이기 때문에 '유통업자'로서의 '쿠팡'이 얼마나 큰 횡포를 부리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의 비즈니스 운영 모토는 '소비자가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은 더 많은 사람들의 '쿠팡'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로켓 배송과 같은 쿠팡만의 서비스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더 많은 MS를 차지하면, 즉 더 많은 소비자들이 쿠팡을 사용하면 쿠팡은 사실상 더욱 힘이 세진다. 쿠팡의 판매력이 커지면 소비재 회사 입장에서는 '쿠팡'이라는 채널을 통해 자사의 물건을 파는 일이 매우 중요해진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쿠팡은 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채널이므로, '유통 사업자'로서의 쿠팡은 소비재 회사들에게 굉장히 많은 유통 수수료를 요구한다.(이 수수료율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제조 업체'의 입장에서는 판매가에서 제품 원가와 유통 수수료를 뺀 나머지 금액이 순이익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만약 '유통 수수료'가 더 커지면 일정한 마진을 획득하기 위해 1) 제품의 가격을 올리거나 2) 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려 원가비용을 낮추는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사실상 이 방향성은 소비자들이 더 비싼 값으로 물건을 사게 만들거나, 더 질 낮은 물건을 구매하게 만들기 때문에 소비자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소비자가 이런 내막을 알 수는 없기 때문에 '쿠팡은 좋은 서비스'가 되고, 값을 올리거나 품질을 떨어트리는 '제조업체는 나쁜 회사'가 된다.
두 번째 이유는 '고용주'로서의 쿠팡의 행보 때문이다. 뉴스를 통해서도 자주 보는 '쿠팡맨'의 처우나 그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이슈는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쿠팡이 '너무 편리해서 소비자가 쿠팡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이, 그들에게 고용된 배달원들은 과도한 노동을 하게 된다. '새벽 배송'이라는 것은 '새벽에도 누군가는 배송일을 한다'라는 말을 뜻하며, '하루 만에 배송'이라는 말은 그만큼 더 빠르게 달려 배송을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문제는 '쿠팡맨의 죽음', '열악한 쿠팡 물류 센터의 환경' 등의 내용으로, 뉴스에서도 종종 언급되지만- 딱히 쿠팡이 나서서 '직원(그게 비정규직일지언정)'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 이렇게 보면 쿠팡은 '돈을 주는 소비자만 위하고, 서비스를 제공해 돈을 받아가는 노동자는 위하지 않는 매정한 기업'이라는 공식이 성립된다.
그리고 앞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또 하나의 이유는 이 서비스가 수많은 쓰레기 문제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쿠팡이 박스 쓰레기와 패킹 비닐에 대한 환경 부담금을 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커머스 회사들이 이런 비용을 내고 있을까??? 부담하고 있다면 좋을 텐데!)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니 사업을 접으라는 식의 생각이 아니라 '환경 관련 캠페인'을 보다 대대적으로 하는 등 그것이 '이윤'과 다소 멀어 보이는 액션이라도 공공의 선. '상생'을 위한 액션을 했으면 좋겠다. 그게 '그린 워싱'의 액션일 지언정, 많은 수익이 나는 회사라면 그만큼 사회에 환원하는 액션도 해야 되지 않을까? 심지어 쿠팡보다 매출이 적은 마켓컬리도 포장재를 종이로 바꾸는데, 쿠팡은 아직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액션이 더디다...
이렇게 비평을 줄줄이 늘어놓는 나도 사실 아직까지는 쿠팡의 서비스를 완전히 끊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의 '편리함'만을 위해 쿠팡 서비스를 무분별하게 이용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적어도 나는 '쿠팡이 없었으면 어쩔 뻔?' 그런 말을 하는 소비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더 많은 소비자들이 '협력 업체와의 상생, 환경, 노동자 이슈 등에 정성을 들이지 않는 쿠팡의 민낯'에 대해 더 많이 알고,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개선을 요구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