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단상
일요일 아침. 눈을 뜨고 휴대폰으로 운동 앱을 켰다. 이틀 전 예약해 둔 일요일 오전 9:40 요가 수업에 참석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회사를 옮기면서 평일 주 3일의 요가 루틴은 거의 깨지다시피 했다. 횟수를 겨우 지켜도 반드시 한 번 정도는 인요가나 힐링요가 같은 수업을 끼워 수강했다. 옮긴 요가원의 평일 저녁 수업에 힐링요가와 인요가가 많이 구성된 탓도 있지만, 요즘 내 에너지 레벨이 낮아 비교적 힘든 하타나 아쉬탕가 수업을 듣는 일이 두렵게 느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침 7시 30분쯤? 처음 휴대폰 앱을 체크했을 때 내 상태는 여전히 '수업 대기'였다. 그러다가 8:30분이 가까워서야 '대기'에서 '수강 예정'으로 예약 상태가 바뀌었다. 이번에도 일요일 아침 시간 요가를 하기엔 버겁다고 느낀 누군가가 '취소 가능한 시간'의 끝에 다다라서야 취소 버튼을 누른 것이다. 나는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렇게 겨우(?) 얻게 된 기회였건만 나 역시나 게으름을 떨치고 요가원에 가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참을 이불에서 조금 더 꼼지락 거린 뒤에, 겨우 일어나 머리를 감았다. 그리고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또 거실에 앉아 한참을 멍하게 보내다가 수강 시간이 가까워서야 머리를 말리고 후다닥 집에서 뛰쳐나갔다. 결국 5분 지각했다.
요가원에는 일요일 아침에도 성실히 수련을 위해 미리 와서 매트를 깔고, 마음을 정갈히 가다듬은 정시 출석자들이 이미 호흡을 고르고 자세를 잡고 있었다. 나는 '지각생' 들의 차지인 선생님 코 앞자리에 매트를 깔고 스트레칭이나 호흡을 가다듬을 겨를 없이 다른 사람들이 취하고 있는 포즈를 따라 취했다. 아직 몸이 깨어나지 않아 동작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삐걱대며 시작했지만, 수업이 진행될수록 점점 더 몰입도가 높아졌다. 늦은 밤 인요가 수업으로만 만나던 H선생님이 오늘은 하타 수업을 진행하셨는데, 정적인 인요가와 달리 하타를 할 때 선생님은 사정이 없으셨다. 동작을 시원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완성(?) 동작을 위한 중간 동작들을 분절해서 근육을 단련하는 방식으로 수련을 이어나갔는데- 근 3개월간 고된 하타나 빈야사를 많이 하지 않은 몸이 온통 울상을 지었다.
그렇게 분절된 동작을 할 때는 '도대체 어떤 동작을 하려고 이 자세를 시키시지?' 궁금했는데, 오늘의 자세는 '아시와산찰라나아사나' 동작이었다. 전굴에 비해 후굴이 좋은 나는 아시와산찰라나아사나 동작을 주문하는 선생님의 말을 듣자 어떤 기대감이 마음속에 솟았는데, 곧이어 동작을 취하다가 그 기대가 산산이 조각났다. 예전에 되던 정도로 포즈가 취해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평소 이 자세를 75%쯤 만들 수 있었다면, 오늘은 45% 정도에 근접했을 뿐이었다. 그간 애써서 수련하며 만들 수 있게 된 동작이 안되자 당황스러운 마음과 함께 자신을 탓하는 마음이 뒤따랐다. 왜 좀 더 부지런히 수련하지 않았니? 왜 요가를 예전보다 등한시한 거니? 하는 마음들 말이다. 그러다가 내가 '과거의 나 자신'과 '현재의 나 자신'을 비교하고, 과거에 비해 요가 실력이 후퇴한 나 자신을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주 3회 힘든 수련을 감당하던 시기는 이미 회사에 적응해 심신이 비교적 편안한 생활을 하거나, 자기 고용 기간이라 사실상 내 스케줄과 에너지 조절이 얼마든지 가능한 시기였다. 요즘은 새로 입사한 회사에 적응하고 좋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니- 사실 요가에 과거만큼 에너지를 쓸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주변 상황까지 생각지 않고, '예전에는 되던 동작이 왜 지금은 안 되지?' 하며 나를 원망한 것이다.
타인과의 비교만이 나를 파괴하는 '비교'가 아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는 것 또한 때로는 지양해야 할 일이다. 그때의 나는 과거의 시간, 과거의 조건 속에서 살았고 현재의 나는 현재의 시간, 현재의 조건 속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옳다 믿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의지'다. 상황과 그 상황 속의 내 행동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제인 '내가 살고 싶은 삶, 옳다 믿는 방향으로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변하지 말아야 한다.
지치는 일이 많은 요즘, 절로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과거의 나를 비교의 대상으로 삼아 현재의 나를 비난하는 일은 아무짝에 쓸모없는 생각이다. 그러니 비난보다는, 지쳐있는 나를 응원하고, 생활을 잘 검점해 원하는 일을 원하는 방식으로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떼어먹을까 말까 수십 번 고민했던 요가는, 이렇게 또 한 번 내 삶에 도움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