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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를 직접 만나고 싶나요?

스물다섯 번째 쓰기

by 박고래

뷰티 유튜버 A를 만나는 팬미팅의 자리에 다녀왔다. 유튜버라는 직업, 그리고 마케터로서

뷰튜버와 팬이 만나는 행사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 팬미팅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다.


유튜버 A의 콘텐츠는 평소 뷰티를 중심으로, 그의 라이프 스타일 V로그, 그리고 Q&A 콘텐츠 등으로

꾸려졌다. 사실 나는 A를 몰랐는데, 이 팬밋업에 참석하기 위해 일부러 영상을 여러 개 봐 두었다.

행사에 앞서 여러 영상을 본 건, 관계자와 유튜버 A에 대한 예의라 여겼다. 덕분에 팬미팅 중 유튜버 관련 퀴즈를 맞힐 수 있었다.


팬밋업 프로그램 구성은 이런 느낌으로, 생각보다 더 심플했다.

팬들과 뷰튜버 A의 만남

뷰튜버와 함께하는 Q&A

뷰튜버에 대한 퀴즈 및 선물증정

사진촬영


대략 이 정도의 구성으로 약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되었다. 그 시간 동안 몇 가지 알게 된 것, 느낀 것이 있어 공유해 보기로 한다.

참석자들은 1) 뷰튜버의 영상을 좋아하거나 2) 유튜버라는 직업에 대해 관심 있거나 3)이 행사 자체에 대해 흥미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뷰튜버 A는 사실 디렉터파이나 레오제이같이 ‘뷰티 카테고리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겸비했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Q&A 시간에 여러 명이 ‘뷰티에 대한 팁’을 물었지만 사실상 답이 시원치 않았다. 맨즈뷰티에 대한 질문이나, 피부타입에 따른 메이크업 팁, 피부 타입에 따른 기초 스킨케어 팁 등 팬들의 질문은 ‘기초적이면서도 전문성’을 요하는 것이었는데, 뷰튜버의 답변이 신통치 못해 아쉬웠다.

프로그램에 생기(?)를 부여하기 위해, 사회자가 중간중간 뷰티 상품권을 건 퀴즈를 진행했다. 그때 이 유튜버에 대한 아주 디테일한 문제들이 출제되었다. 예를 들자면, ‘이 유튜버가 실버 버튼을 받은 시기는?’, ‘이 유튜버가 가장 최근 여행한 곳은?’ 등의 내용이었는데, 사실문제가 점점 더 ‘사적이고 작은 팩트를 점검하는 내용’으로 가자, 이런 것까지 알기를 바라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좋아하고 파헤치는 것처럼, 뷰튜버 또한 구독자들에게 그런 존재일까? 의문이 들었다.

위 프로그램 구성의 예처럼, 거의 1시간 30분 동안 이 유튜버에 대한 정보를 듣거나, 유튜버와 구독자가 Q&A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과정을 통해 내가 분명히 느낀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할 말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었다. 구독자가 유튜버 A의 콘텐츠를 보는 이유는, 그의 라이프 스타일을 선망하거나, 따라 하고 싶거나, 그 에티튜드가 좋아 배우고 싶거나,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인 듯했다. 하지만, 유튜버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같은 전문가가 아니니까 뷰티에 대한 전문적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하기 어려워했다. 게다가 ‘배울 것이 많은 어른’에게 질문하듯 ‘유튜버 A님은 힘들 때 어떻게 타파하세요?’하고 삶을 살아온 방식이나 인생관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도 모두에게 영감을 줄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행사가 끝난 뒤 내게 남은 것은 ‘내가 이 유튜버를 직접 봤다.’라는 사실이었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행사에 쓴 1시간 30분이 조금 아깝게 느껴졌다. (알다시피,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도 1시간 30분이면 다 볼 수 있기도 하니까!)


이 팬밋업에 참석하기 전 나는 그의 여러 영상을 보면서 참 사랑스러운 캐릭터구나! 하고 이 유튜버의 인간적 매력에 대해 알게 되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시간 30분 남짓의 프로그램 운영 시간 동안 영상에서 보던 유튜버 A를 매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오늘의 경험을 계기로, 골드버튼, 다이아몬드 버튼을 받는 수십만, 수백, 수천만의 구독자를 받은 크리에이터의 경우 ‘그 채널을 봐야 하는 확실한 이유’를 각각의 채널이 명확하게 가지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매체가 ‘영상’ 일뿐, 예전에 책이 더 많이 읽혔던 시대처럼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발화자가 어떤 말을 하는가? 그를 통해 (구)독자는 뭘 얻는가?’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아마 오늘의 경험을 토대로 그 뷰튜버도 한층 더 성장할 것이라 생각한다. 구독자의 질문에 더 전문적으로 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 외 매일 더 치열하게 좋은 영상을 기획하려 애쓸 것이다. 오늘 프로그램은 100% 만큼까지 알차진 않았지만, 내일은 조금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모쪼록 오늘의 만남에 아쉬움은 많았으나, 나도 ‘그가 어떻게 성장할지 궁금해서’ 앞으로도 업로드되는 영상을 지켜볼 생각이다. 기왕 이렇게 된 것 오랫동안 구독할 수 있도록 멋진 모습 많이 보여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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