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두 번째 쓰기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주말을 어떻게 보내는지 알면서도 종종 이런 궁금증이 든다.
내가 아는 방식 외에 또 다른 방법으로 시간을 쓰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효율의 관점에서 궁금증이 생기는 것 같고, 한편으로는 한없이 게으르게 보낼 때- 비슷하게 온전한 ‘휴식’을 위해 보내는 사람이 많다면 ‘안심’될 것 같아서다. 그렇다, 나는 미래를 걱정하고, 주말조차 (머리로만)효율을 따지는 걱정인형이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한 일을 적어보기로 했다.
9:35 a.m. 기상
사실 9시 30분에 요가 클래스를 예약해 둔 터였다. 하지만 눈을 뜨니 시계가 9시 3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진짜 긴-대기 끝에 얻어낸 주말 요가 수업 참석권이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날리다니!
전날 8시간까지 긴 독서 토론을 끝내고, 자정이 넘어 집에 돌아와 꾸벅꾸벅 졸면서 브런치 글을 한 편 쓰고 잠에 들었는데…전날의 과로(?)탓에 늦잠을 잔 걸로 합리화하기로 했다. 대신, 다음 토론 모임 참석일에는 미리 글을 써두기로 한다.
10:00 a.m 아침 식사
느릿하게 아침을 챙겨먹었다. 보통 주말 아침엔 샐러드를 거하게 만들어 먹는 편인데, 오늘은 그럴 마음이 들지 않아 손 닿는대로 간단하게 먹고 싶은것을 챙겼다. 블루베리 시럽과 잘게 조각난 호두를 넣은 그릭 요거트와 마즙을 함께 먹었다.
마즙은 전 날 보라매 공원에 갔다가, 마침 정원 박람회로 인해 마련된 장터(?)에 참가한 상인분께 사온 것이다. 나는 찐득한 진액이 그대로 느껴지는 요거트가 들어간 생마 음료를 좋아하는데, 어쩌다보니 착즙한 마즙을 사왔다. 덕분에 아침은 건강하고 간단하게 마무리 했다.
10: 30 a.m. 청소
아침 먹은 그릇을 설거지하다가 갑자기 주방 청소 욕구가 샘솟아서 본격적인 청소에 돌입했다. 군데군데 깔아둔 천을 모조리 걷어내서 빨고, 가스렌지 주변의 기름튄 곳들은 깨끗하게 닦아내고, 지저분한 도구들은 씻는걸로 마무리했다. 가스렌지는 자주 닦아주지만, 그 외 그릇 아래 깔아두는 천 등은 ‘갈아줘야지’하고 미루고 있었던 터라 속이 다 시원했다.
12 : 20 p.m. 수영장
아침 요가를 못해서, 그럼 수영이나 갈까? 하고 주말에 이용할 수 있는 구립 수영장 스케줄을 체크해둔터였다. 요가를 좋아하지만, 종종 ‘유산소를 좀 더 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수영장에 딱 한 번만 다시 가자-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오늘이 그 날이었다.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구립수영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꽤 뿌듯한 마음으로 옷을 갈아입다가 아뿔싸…수경을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집에 다시 가야하나? 고민하다가 매표소 이모님께 사정을 설명드리고 대여 가능한 수경을 하나 얻었다. 그렇게 평생 써보지 않았던 분홍색 톤의 귀여운 수경과 함께 알차게 수영을 마쳤다. 오늘은 1km의 거리를 수영하는 목표를 세웠는데, 종료 시간 3분을 남겨두고 달성했다.
2:30 p.m 귀가
수영장을 마친 뒤엔 샤워를 하고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급한 허기가 밀려와 오이와 낫또가 들어간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메뉴는 건강했는데, 채소 먹고 덩치키우는 코끼리처럼 아주 가득한 양을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한 달 전 맥주만들기 체험을 해서 만든 수제맥주를 어제 수령해 와서, 그 맥주를 한잔 함께 곁들여 먹었다. 낮맥이 어색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아주- 꿀맛이었다.
3:20 p.m 빈둥빈둥
밥도 먹고, 설거지도 마친 뒤에는 빨래를 개서 집어넣고 그대로 널부러졌다. 별 목표 없이 누워 뒹굴대다가, 금방 지루해져서 넷플릭스를 켰다. 오늘 눈에 띈 것은 ‘광장’ 이라는 소지섭이 나오는 드라마였다. ‘소지섭’이라니…! 얼마만에 보는 얼굴인지.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소지섭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작품이 없는데도, 오랜만에 새 작품을 찍었다고 하니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광장을 여러편 보다보니 어느덧 6시를 넘긴 시각…
사실 내일 출근 전 오늘 해두고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집에 있으면 계속 퍼져 있을 것 같아 그제야 짐을 쌌다.
6:20 p.m. 카페 방문
동네에 위치한 좋아하는 카페로 갔다. 아메리카노와 휘낭시에를 하나 시켜서 더 쉬고 싶은 마음을 달래준뒤, 일기도 쓰고 다음주 업무 준비 등 생각할 거리들을 정리했다.
9:00 p.m. 밤 일과
마트에 들러 계란찜 할 때 쓸 우유를 하나 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귀가해서는 간단히 씻고, 그 뒤엔 계란 두개에 우유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해 간단히 계란찜을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 내일 가져갈 도시락을 싼 다음 앉아서 브런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쓴 뒤 시계를 확인하니 시계 바늘이 9시 49분을 가리키고 있다. 곧 나의 독일 친구인 루디 아저씨와 통화를 하기로 한 시각이 가까워, 통화를 할 예정이다.(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통화를 하며 영어 회화 연습을 하고 있다.). 그 뒤엔 부리나케 잠자리에 들 것이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아이고, 오늘은 또 뭘했나? 기억이 안나네…’하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정리하다보니, 꽤나 많은 것을 한 하루였다. 늦잠자고 예정된 요가 클래스를 빼먹으면서 좀 시무룩하게(?)하루를 시작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해야 할 것을 찾아 어느정도는 했으니 돌아오는 한 주가 비교적 편할 것 이다.
여기까지- 별 것 없는 나의 하루 일과에 흥미를 가지고 이 글을 읽었다면, 당신도 ‘주말을 어떻게 써야할지’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아닐까? 그렇다면 내게도 당신의 주말 일과를 댓글로 알려주시길! 진심으로 당신의 하루가 궁금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