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의 공격을 받은 날

서른 세 번째 쓰기

by 박고래

동료와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6차선 정도 되는 대로변의 인도를 걷다가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가 길 가에서 뭔가를 부지런히 쪼아 먹는 모습을 봤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정면을 응시하던 순간! 흰 비둘기 한 마리가 거의 60cm 정도의 거리를 두고 내 정수리 쪽으로 양 날개를 펴고 내려오는 모습을 포착했다. 나는 ‘응? 지금 나한테 내려온다고?’ 하고 잠시 굳었고 너무 놀란 동료는 ‘꺄!’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그 새는 위치를 바꿔 옆 쪽으로 착지했다. 나는 그 비둘기가 내 얼굴에 착륙을 시도하나 싶어 정말 놀랐는데, 다행히 좀 점에 봤던 다른 비둘기들 사이로 내려가서, 도로변의 뭔가를 함께 주워 먹기 시작했다.


함께 걷던 동료가 ‘아니, 박고래님 저 비둘기 뭐래요? 저는 진짜 공격당하는 줄 알았어요.’하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듣자 얼마 전 호주에서 눈의 흰자위 부분을 새에게 공격당한 여행객의 인스타 콘텐츠 내용이 생각났다.


한국인 관광객을 실제 공격한 새는 ‘호주 딱새(=매그파이)’였다고 한다. 이 관광객이 새의 공격에 너무 놀라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이런 일은 비교적 흔한 일이라며, 흰자위에 공격을 당한 거라 실명 같은 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차분하게 설명해줬다고 한다.


세상에… 새가 그 딱딱한 부리로, 하필이면 얼굴 중에서도 작은! 눈의 ‘흰자위’를 쪼았는데, 병원에서 ‘비교적 흔한 일’이란 말을 듣다니. 그 사연을 읽자 ‘호주’에 대한 매력도가 확 떨어졌다. 새가 눈을 쫄 수 있는 나라라니! 만약 그런 일이 한 해에도 수십 건씩 발생한다면 나는 평생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끼고 외출을 할 것 같다고 동료에게 이야기했다.


이렇게 ‘호주 딱새’ 이야기를 하며 호주에 대한 험담을 했지만, 사실 호주에 딱새가 있다면 한국에는 까마귀가 있다. 선정릉에 가면 주로 3~6월 사이에 까마귀가 뒤통수를 쫄 수 있으니 조심사라는 경고 문구를 볼 수 있다. 이 시기는 까마귀의 번식기라서, 까마귀가 사람을 자기 새끼를 해칠만한 존재로 인식하고는 공격하는 거라고 한다. 나는 선정릉 산책을 좋아하는데, 그 문구를 본 다음부터는 까마귀가 높이 날고 있으면 마음이 편치가 않다.


정면으로 날아들면 피하기라도 할 건데(정말,,,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하늘에서 내리꽂듯이 날아와 그 큰 부리로 뒤통수 한가운데를 쪼면 뇌진탕은 물론이고, 수박에 뾰족한 게 꽂힌 것처럼 부리가 머리에 박혀 안 빠질 것만 같다. 정말 상상만 해도 무섭지 않은가!


아주 어린 시절에는 도심에 새가 이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비둘기에 이어 까마귀 개체수도 더 늘어나는 느낌이다. (아마 호주에서는 딱새가 늘어나고 있겠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도심에 사는 비둘기, 특히나 털은 푸석하고 발가락이 하나 없어져 한쪽발은 두 개 발가락으로 땅을 짚은 비둘기를 보면 딱한 마음이 들었다. 사람이 자신들의 터전을 뺏아서, 이 지저분한 도시에 와서 아파트 난간이나 다리 사이사이 틈에서 살게 되었나 하고 생각하면, 인간이 환경파괴로 인해 비둘기를 도심으로 피난 오게 만들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비둘기나 까마귀 같은 조류는 기존의 자연 속 생태계보다 도심에서 먹을 것이 풍부하고, 천적이 없어서 번식에 용이하기 때문에 도심에서 사는데 적응한 것이라고 한다. 아마 호주 딱새도 마찬가지겠지! 그 사실을 알자, 두 발가락에 털은 푸석하고 온갖 매연을 다 마신 듯 피로로 쩌든 얼굴을 한 비둘기들이 측은하기보다는 그냥 어리석은 동물처럼 느껴졌다. 야생에서 좀 더 부지런히 살고, 잘 살펴 포식자로부터 달아나는 길을 찾되 보다 깨끗한 환경에서 자식을 키울 수는 없었나? 하는 마음도 들고 말이다.


사람들이 딱히 비둘기나 까마귀에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더 많은 비둘기와 까마귀를 도심에서 만나게 되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인간이 덜 무서워진 새들이 정말 눈을 찌르려고 시도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나도 부지런히 안경을 쓰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담이지만, 이 글을 쓰던 와중에 모니터 쪽으로 새까만 모기 한 마리가 날아들었는데- 너무 ‘새가 부리로 쫀다’는 내용에 심취한 나머지 혼자 화들짝 놀래고, 벌떡 일어나 전기 파리채로 모기를 소탕한 다음에야 다시 글쓰기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정면에서 든 측면에서든 새가 날개를 활짝 펴고 부리를 나를 향하게 해서 날아오면…나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모기 한 마리도 그렇게 무서웠는데…!



p.s. 최근 제안 메일을 보내신 분이 있다는 알람을 받았는데, 메일힘이 다 차서 메일이 안들어 왔더군요.ㅠ

혹시 힘께할 재미난 프로젝트가 있다면, 다시 연락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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