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다시 잠드는 방법

마흔 다섯 번째 쓰기

by 박고래

지난 일요일 밤 11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회의 자료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 그 메일 확인했나?' '월요일 아침 일정이 뭐였더라?' 생각은 꼬리를 물고, 그렇게 또 새벽 3시가 되어버렸다.


왜 하필 일요일 밤일까? 금요일 밤엔 이렇게까지 뒤척이지 않는데 말이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주 5일 집중해서 일하고, 금요일 저녁 6시부터 달콤한 자유를 만끽한다. 그런데 일요일 저녁만 되면 어김없이 '아, 내일 뭘 해야 하더라?' 하고 자동으로 일과를 떠올린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일요일 밤 숙면을 못하면, 월요일 하루 일과가 통째로 망가진다는 것. 그래서 잠들지 못하는 일요일 밤이면, 억지로라도 눈을 감고 몇 시간을 흘려 보내거나, 편안한 마음 상태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듣곤 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늘 그렇듯 잠들지 못하고 있던 나는, 그러다 문득 'ChatGPT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물었다. "일요일 밤이면 자주 얕게 자고, 잠들어도 잘 깨어나는데, 어떻게 해야 잘 수 있을까?"

ChatGPT는 상냥하게도 이렇게 답했다. "지금 너의 수면 문제는 의지나 관리 부족이 아니야. 정리되지 않은 현실의 과제들을 야간에 처리하려고 뇌가 계속 가동되는 상태에 가까워."

읽는 순간, 묘하게 납득이 갔다. 그러고 보니 나는 잠들기 전 늘 내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일요일 밤 불면증의 핵심 이유를 짚어줬다. 뇌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렘수면 전에 처리하려 하고, 일요일 밤은 주말의 자율성에서 벗어나 주중의 '책임'으로 전환되는 시점이라는 것. 특히 책임감 높은 사람일수록 이 전환점에서 수면이 깨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3단계 솔루션을 제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방법을 실행한 지 30분 만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니 '각성'과 '숙면'이 고민이라면 당신도 해볼 것을 권한다.


첫째, "이 문제는 내일 18시에 다시 생각한다"

첫 번째 단계는 간단했다. 잠들기 2~3시간 전, 10분 정도 노트에 현재 떠오르는 걱정을 적는 것. '내일 회의 준비', '메일 답장', '주간 보고 초안'. 그리고 가장 마지막 줄에 이렇게 썼다. '이 문제는 내일 18시에 다시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뇌가 야간에 하던 생각을 멈추고, 내일 정해진 시각에 할 것이라고 마음을 놓는다고 한다. 사실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일단 써보기로 했다.


둘째, 화이트 노이즈, 생각하는 뇌를 끄는 스위치

두 번째는 뇌가 각성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 말이 있는 콘텐츠나 정보성 콘텐츠가 아닌, 일정한 리듬의 화이트 노이즈를 듣는 거였다.

의미 없는 반복이 특징인 이 소리가 생각하는 뇌에서 잠자는 뇌로 스위치를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나는 오랜만에 화이트 노이즈 앱을 켜고, 공허한 우주 공간에나 울릴 법한 감마 사운드에 타이머를 설정했다.

평소라면 "이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겠지만, 이상하게 그날은 그 소리가 마음을 가라앉혔다.


셋째, "지금은 생각할 시간이 아니다"

세 번째는 만약 중간에 깨거나 생각이 이어진다면, 단 하나의 문장만 반복하는 것. "지금은 생각할 시간이 아니다." 이렇게 하면 나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고, '해야 할 일=생각하지 않기'로 전환된다고 한다. 나는 속으로 그 문장을 반복했다. 지금은 생각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생각할 때가 아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정말 신기했다. 나는 보통 일요일 밤에 한 번 깨면 그다음 날 빨간 토끼 눈이 되어 출근하는데, 어제는 단 30분 만에 잠들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알람 소리가 반갑게 느껴진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 뒤로 생각해봤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열심히 자려는 노력'이 아니라, 뇌에게 '지금은 쉬어도 된다'고 허락하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일요일 밤 불면증은 단순히 수면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내일'에 붙들려 사는지를 보여주는 신호 같았다. 그리고 어제 밤, 나는 처음으로 그 신호를 알아차렸다.

오늘 밤도 나는 아마 화이트 노이즈를 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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