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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고래 Apr 27. 2021

직장 상사의 가스라이팅 1

'진짜 내 잘못이 맞아?'자꾸 생각하게 된다면!

#가스라이팅 당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글을 쓴다.

연예인 서예지로 인해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화제다. 그녀는 남자 친구에게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평가(?) 받는데, 나는 직장 상사에게 이 가스라이팅을 당해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 친구가 “너 서예지 일 알아? 남자 친구 가스라이팅 해서 요즘 시끄럽잖아.”하고 이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들려주었던 순간 피해자가 되기 쉬운 사회 초년생들을 위해 이 글을 써보자고 마음먹었다.


#가스랑이팅이란?

가스라이팅에는 기본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한다. 가해자는 순진한(?) 피해자의 심리를 다양한 방식으로 꾸준하게 조종한다. 가스라이팅 가해자로 인해 자기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 피해자는 피폐해지고, 정신병을 앓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등 불우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나는 직장에서 소위 ‘가스 라이팅’을 경험한 뒤, 전 직장 직속 사수였던 팀장님이 건네 준 한 권의 책-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이다혜 작가]-을 읽으며 ‘아 내가 당한 일이 바로 가스라이팅이었구나!’하고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이 글은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으나 그게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피해를 깨닫고,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다.


#다수에겐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 직장에서 나는 동료들, 직속 상사, 클라이언트에게 종종 ‘일 잘한다’ 소리를 듣던 직원이었다. 사실 (스스로하기 민망한 이 자기 자랑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전 직장뿐만 아니라 사뢰생활 시작 이래 거쳐왔던 몇 개의 회사에서도 꾸준히 대표님과 함께 일하는 팀(또는 예의주시 하는 팀)으로 발탁되거나, 중요한 프로젝트에 끼는 경우가 많았고, 팀장님들이 주는 업무 평가가 좋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연봉 협상 기간도 아닌데, 내 월급만 조용히 오른 적도 있었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꽤나 성실하고, 맡으면 잘 해내고자 하는 욕심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늘 ‘이왕 하는 거 잘해보자’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에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 대충 해.’라는 말을 동료들로부터 받은 적도 많았다.


#가스라이터는 비난은 자주 하고 칭찬은 아껴했다. 

그럼에도 전 직장에서 딱 한 사람, 크루엘라 님(그녀는 결국 내게 크루엘라라는 별칭으로 남았다.)은 나를 칭찬하는 분이 아니셨다. 아니 때로는 칭찬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빈도로 나를 심하게 질책하고 탓하곤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가 시키는 일은 정말로 내가 물리적으로도 감당하기 힘들 만큼 많았다. 기본적으로 2개 브랜드를 맡고 있었고(연간/분기별/월간 마케팅 플랜 수립, 광고 제작 및 운영, 디지털 콘텐츠 기획 및 제작, 팀원 관리, 매 주 미팅 진행 등), 팀 내 다른 브랜드의 마케팅 프로젝트를 서포트했으며 종종 ‘반강제적인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 참석을 위해 새벽까지 야근을 하기도 했다.


매주 또는 격 주 간격으로 진행되는 클라이언트 미팅을 위해 그분은 매 번 8~11개 종류의 문서를 준비시켰다. 각종 보고서와, 신규 프로젝트를 위한 제안 자료, 예산안 등 다양한 문서들이 포함되어 한 번 미팅을 가면 2시간~3시간 미팅을 한 날들도 많았다(미팅 자료를 다 못본 날도 다반사얐고...). 고객사의 실무 담당자들은 나보다 연차가 낮은 마케터들이라 기본적으로 나에대한 신뢰도가 높았으며, 전년도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MS도 상승해서(소폭이지만 아이템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나는 미팅을 가면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곤 했다. 그럼에도 늘 회사에 돌아와 업무를 하다 보면 자주 크루엘라에게 자주 혼이 났다.


#혼나는 이유는 다양했지만 스스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들이 많았다.

가짓수는 많고, 시간은 촉박한 보고서를 준비하느라 소소한 업무들을 처리하지 못했을 때(홈페이지 이벤트 안내 배너 내리는 시간이 늦는 등...)

제법 베테랑의 경력을 가진 디자이너도 만족하고 기획자인 나도 만족하는데 정작 크루엘라님이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했을 때

고객사에서 연간 마케팅 비용 디스카운트를 받으려고 크루엘라님과 식사자리를 가졌던 날(그분은 내가 일을 못해서 그들이 비용을 깎으려고 한다고, 너 때문이라고 말했다.)

맡은 일 외에 또 다른 브랜드를 담당하라고 했다가 못하겠다고 대답했을 때

팀장님 지시로 업무 우선순위를 정했으나, 크루엘라님이 생각했던 업무 우선순위와 달라 당장 내놓으라고 한 문서를 드리지 못했을 때 등등

물론 가끔은 짧은 칭찬도 하셨다. 고생이 많다. 네가 힘든다는 걸 알고 있다. 열심히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칭찬보다 훨씬 수위 높고 자존심 상하게 하는 말이 섞인 잦은 비난이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사의 비난은 ‘저분이 너무한 게 아닌가? 이게 정말 내가 혼자 해내야 하는 업무의 양인가?’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아 내가 부족한가? 내가 더 잘하게 되면 되는 걸까?’하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네 잘못이 아니야, 그가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터무니없는 이유로 너를 힐난해.’라고 말해주었지만, 그녀의 비난으로 인해 내가 나 스스로의 업무 능력을 의심하는 날들이 늘어났다.

[*글이 길어져서 읽기 쉽도록 편을 나눴어요. 다음 편에서 계속 읽어주세요 >>

https://brunch.co.kr/@bravewhale/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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