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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배진 Apr 24. 2021

겸손을 자제합시다

때론 나의 노력과 성장에 대한 인정과 셀프 칭찬이 필요하다.




어제 요가 수업을 마치고 요가원을 나설 때 원장 선생님이 “고래님 좀 늘었어요?” 하고 물어보셨다.


나는 잘 모르겠다고, 그냥 (요가를)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옆에 계시던 D선생님이 “고래님 많이 느셨어요. 우타나아사나 각이 요가를 시작한 이래로 오늘 제일 좋으시더라고요.”라고 이야기해주셨다.


사실 나도 어제 우타나아사나 동작이 평소보다 조금 더 깊이 된 것 같다고 느꼈었다. 그래서 D선생님의 칭찬을 듣자 기분이 좋았는데, 속으로는 기쁘면서도 “아 정말요?”하고 나는 몰랐다는 듯 대답해버렸다.


요가원을 돌아 나오며 문득 의문이 들었다.


머리서기를 성공했던 순간, 무릎 대지 않고 차투랑가를 할 수 있게 되었던 순간, 평소보다 더 깊이 후굴이 될 때 등

사실 매일매일의 수련에서 ‘아 오늘은 이게 좀 더 잘되네?’, ‘오 오늘은 이 동작도 되는구나!’ 하고 깨닫고 속으로 기뻐하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나는 왜 원장 선생님께서 늘었냐고 물었을 때, ‘처음에 비하면 많이 늘었어요.’라고 대답하지 않았을까?


이 지나친 겸손의 말은 요가원을 운영하는 원장 선생님에게도, 나 스스로에게도, 나를 가르치는 D선생님에게도 좋은 피드백이 아니었을 것이다. 수련을 하는 나는 내가 성실히 임해 늘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더 열심히 하고 싶어 질 테고, 원장 선생님이나 D선생님도 내 실력이 늘고 있고, 회원이 이 운동을 점점 더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일에서 더 큰 보람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오늘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친구는 “우리가 너무 겸손하라고 교육을 받았잖아. 그런 어린 시절의 교육이 지금까지도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라고 대답해 주었다.


물론 본인이 가진 것 이상으로 부풀리거나, 타인이 궁금해하지도 않는데 자기를 과도하게 내세우는 ‘자랑’을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나는 밀레니얼 세대다-너무 셀프 칭찬에 인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야흐로 자기 PR의 시대이기도 하고, 지나친 겸양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데 말이다.


앞으로는 정당하게 노력해 얻은 결실에 대해 부끄러움 없이 ‘네, 열심히 하고 있어요. 요가가 재미있고 처음 시작할 때보다는 많이 늘어서 좋아요.’라고 내가 한 일에 대한 인정과 칭찬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게 나를 위해서도, 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 노력해 준 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피드백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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