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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배진 Jan 03. 2022

팀장님도 부디 행복해지세요.

회사에사 ‘옷소매 붉은 끝동’이 생각난 까닭

즐겨보던 드라마 ‘옷 소매 붉은 끝동’이 끝났다. 매 회차를 즐겁게 봤지만 유독 한 장면이 마음에 남았는데, 오늘 일하다가 문득 그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정조가 친어머니인 혜경궁 홍씨를 찾아가 대화하는 장면이었다. 왕은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자신의 후궁이 되기를 거부하는 궁녀 덕임이를 궁 밖으로 쫒아 보냈는데, 혜경궁이 덕임을 다시 궁으로 불러들인 까닭이었다. 화를 내는 아들에게 엄마인 혜경궁은 ‘잠시 화난 마음으로 평생 행복할 기회를 놓칠 거냐’는 말로 운을 떼며 이렇게 말했다.


세상 그 누구도 주상에게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라 말하지 않아요.
주상이 임금이기만 하면 모두가 만족할 겁니다. 허나 이 어미만은 말해주고 싶어요.
주상 부디 행복해지세요.

산아, 행복해지렴.


회사에서 이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은 나도 급하게 할 일이 있는데, 끊임없이 미팅에 소환하는 대표님과- 내가 급히 연말 결산 보고서를 쓰고 있음에도 본인들의 업무 피드백과 컨펌을 재촉하는 팀원들을 보면서였다.


당연히 ‘팀장’이라는 직책을 부여받았으니 그에 해당하는 책무를 다하는 게 맞다. 그런데 문득 내가 상사와 팀원들 사이에 끼여 마음이 고통스러워도 결국은- 그들의 문제만 해결해주면 모두들 내 고통을 크게 신경쓰지 않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사실, 윗분들은 모르겠으나 팀 원들은 꽤나 내 힘듬과 어려움을 이해해 주실 때도 많다. 오늘따라 어려운 보고서를 쓰는데- 집중할 겨를 없이 계속 불러대는 윗분과 동료들로 인해 잠깐 괴로운 마음이 스쳤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든 것이었다. ‘나는 팀장으로서의, 마케터로서의 역할만 잘 해내면 되겠지… 한 사람으로서 이 조직에서 내가 행복한지는 누가 신경 쓰나?’하는 서운한 마음 말이다.


이렇게 말했지만, 나는  마음씨 좋은 팀원들과 일한다. 그럼에도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기에 타인에게 업무를  해낼 것만을 요구받기 십상인데- 본인 스스로는  속에서 자신의 마음과 즐거움도  챙기자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 ( 글을 읽는 사람이 팀원이든, 팀장이든 나아가 그보다  높은 직책을 가진 분이라도  그랬으면 좋겠다.)


조선의 임금처럼 큰 자리도 아니고,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일하는 한 사람의 직장인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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