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도 부디 행복해지세요.

회사에사 ‘옷소매 붉은 끝동’이 생각난 까닭

by 박고래

즐겨보던 드라마 ‘옷 소매 붉은 끝동’이 끝났다. 매 회차를 즐겁게 봤지만 유독 한 장면이 마음에 남았는데, 오늘 일하다가 문득 그 장면이 다시 떠올랐다.


정조가 친어머니인 혜경궁 홍씨를 찾아가 대화하는 장면이었다. 왕은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자신의 후궁이 되기를 거부하는 궁녀 덕임이를 궁 밖으로 쫒아 보냈는데, 혜경궁이 덕임을 다시 궁으로 불러들인 까닭이었다. 화를 내는 아들에게 엄마인 혜경궁은 ‘잠시 화난 마음으로 평생 행복할 기회를 놓칠 거냐’는 말로 운을 떼며 이렇게 말했다.


세상 그 누구도 주상에게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라 말하지 않아요.
주상이 임금이기만 하면 모두가 만족할 겁니다. 허나 이 어미만은 말해주고 싶어요.
주상 부디 행복해지세요.

산아, 행복해지렴.


회사에서 이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은 나도 급하게 할 일이 있는데, 끊임없이 미팅에 소환하는 대표님과- 내가 급히 연말 결산 보고서를 쓰고 있음에도 본인들의 업무 피드백과 컨펌을 재촉하는 팀원들을 보면서였다.


당연히 ‘팀장’이라는 직책을 부여받았으니 그에 해당하는 책무를 다하는 게 맞다. 그런데 문득 내가 상사와 팀원들 사이에 끼여 마음이 고통스러워도 결국은- 그들의 문제만 해결해주면 모두들 내 고통을 크게 신경쓰지 않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사실, 윗분들은 모르겠으나 팀 원들은 꽤나 내 힘듬과 어려움을 이해해 주실 때도 많다. 오늘따라 어려운 보고서를 쓰는데- 집중할 겨를 없이 계속 불러대는 윗분과 동료들로 인해 잠깐 괴로운 마음이 스쳤기 때문에 이런 생각이 든 것이었다. ‘나는 팀장으로서의, 마케터로서의 역할만 잘 해내면 되겠지… 한 사람으로서 이 조직에서 내가 행복한지는 누가 신경 쓰나?’하는 서운한 마음 말이다.


이렇게 말했지만, 나는 꽤 마음씨 좋은 팀원들과 일한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기에 타인에게 업무를 잘 해낼 것만을 요구받기 십상인데- 본인 스스로는 그 속에서 자신의 마음과 즐거움도 잘 챙기자는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팀원이든, 팀장이든 나아가 그보다 더 높은 직책을 가진 분이라도 꼭 그랬으면 좋겠다.)


조선의 임금처럼 큰 자리도 아니고,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일하는 한 사람의 직장인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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