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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냐 vs 고양이냐

by 자급자족

우리 집에는 고양이 2마리가 산다. 양레아, 양레오. 레아는 털이 많이 빠져 파양된 랙돌이고, 레오는 스코티시폴드다. 둘 다 수컷이다. 전주인은 고양이 알레르기가 심해 어쩔 수 없이 파양 한다고 지역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놨었다. 남편과 아들은 고양이 알레르기 비염이 있고, 나와 딸은 없다. 딸의 간절한 부탁으로 입양한 지 5년이다.



고양이를 입양하기 전, 남편이 딸에게 "아빠냐 vs 고양이냐" 선택하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딸이 "고양이!!!"라고 해서 입양했다. 본전도 못 찾을 질문을 해서 구겨졌다. 분명 고양이 배변 모래도 밥도 물도 딸과 아들이 맡겠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내 몫이다.


고양이는 질색이며, 비염으로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라고 했던 남편은 고양이와 사랑에 빠져있다. 매 순간 고양이와 대화한다. 아니... 사랑을 구걸한다.


"잘 잤어? 아빠가 물 줄까? 배고파? 오늘 잘 놀았어? 삐졌어요? 꼬리만 흔들지 말고 아빠도 좀 봐줘"


딸을 위해 고양이를 입양했는데.. 40대 남편에게 고양이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다. 신기한 건 입양 초기에 눈물 콧물 흘리던 남편과 아들의 알레르기 비염이 사라졌다. 매번 청소기를 돌리고 방을 닦으니 전보다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게 된다.


아무리 털 속으로 코를 파묻고 냄새를 맡아보려 해도 좋은 냄새가 난다. 얌전하고 조용하다. 키우는 비용도 부담이 되지 않는다. 다만, 바닥보다 이불 위에 앉는 걸 선호한다는 단점이 있다. 가끔 개를 선점해 버려서 개 없이 자야 할 때도 있다.


그런데..


고양이가 있어 가족이 다섯 배 행복해진 건 사실이다.
그냥 마음에 사랑이 넘치게 된다.





겨울에 집을 비우고 여행을 갈 예정이다. 큰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라 내년부터는 강남 윈터스쿨 등 입시의 세계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아 계획한 여행이다.


고양이를 맡길 대안처는 많다. 하지만 환경변화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염려스러웠다. 그래서 앞동에 사는 아저씨께 아르바이트를 부탁했다. 지역 커뮤니티에서 자주 활동하는 분이라 작년에 아르바이트 제안 채팅을 걸었었고,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잘 돌봐주던 분이다.


이번에도 우리 집 방문 케어 아르바이트가 가능한지 문의했다. 흔쾌히 퇴근 후 들러주시겠다고 다. 론 낯선 사람이 집에 온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믿어야지 어쩔 수 없다. 이번 주말은 여행 전 대청소를 해야겠다.



안녕하세요.

@@@@아파트 @동 @호입니다. 가족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지난번처럼 집에 들러서 고양이를 돌봐주실 수 있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여쭤봅니다.

1. 내용 : 여행으로 인한 고양이 돌봄.

2. 기간 : 1월 @일~1월 @일까지(@일간)

3. 사례비 : @원 ×@일=@원

4. 도움 주실 일 :

1) 고양이 밥그릇 물그릇 깨끗하게 닦아 밥과 정수물 교체해 주기

2) 고양이 변과 소변 버리고 고양이모래 깨끗하게 보충

3) 밥그릇 주변 고양이털을 청소기로 돌려주기입니다.


1층 비번과 @동 @호 현관문 비번은 1월 @일 저녁때 카톡으로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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