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따라 나온 베트남 여행

by 자급자족

요즘 린 업무가 많다. 출근하면서도 스터디카페 고정석을 한 달 정도 끊어서 매일 새벽까지 작업할 예정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가족여행을 따라 나와버렸다. 론 노트북과 업무 관련 읽을 책은 문신처럼 들고 왔다.


2024년 한 해, 쳇바퀴처럼 반복된 일상 보냈다. 최근 병원에 갔더니 듀얼모니터를 너무 오래 쳐다봐서 일자목에 목근육이 듀얼모니터 방향으로 살짝 치우쳐져 있다고 한다. 이유로 지독한 편두통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참고로 거북목은 모니터 중앙을 눈높이와 맞춰야 하고 일자목은 모니터 중앙이 눈높이보다 살짝 위로 가게 세팅을 해놓고 써야 한다고 했다. 모니터를 높게 올려다보면 어깨에 긴장이 들어갈까 봐 눈높이보다 아래로 놓고 쓴 내 자세가 틀린 거였다.


인생이 계속 바빴기에 내가 빠진 가족 여행이 많았다. 어느 여름날에는 바닷가에 간다기에 노트북 가방을 들고 뒷좌석에 끼어 탔다. 우리 집 아이들이 깜짝 놀라며 "엄마도 바다 여행을 가?"라고 할 정도였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인생이 계속 그래왔다.


쳇바퀴 상을 잠시 끊어주기 위해 따뜻한 베트남에 쉬다 오곤 한다. 지난해에는 다낭과 후에, 호이안에 있었고, 올해는 냐짱(나트랑) 달랏에 머물 것이며, 다음번에는 푸꾸옥+호찌민, 하롱베이+하노이 등 머무를 예정이다. 이유는 겨울이 너무 추워서이고, 베트남에서 체류 비용이 저렴해서다. 푸짐한 반미 한 개에 1000원이면 말 다했다. 제주도에도 머물러보고 베트남에도 있어봤는데 비용적인 측면에서 베트남이 합리적이었다.

올해는 겨울 여행을 스킵할까 잠시 남편과 상의했었다. 근데 매일 아침 일어날 때 "이제 베트남 가려면 00일 남았다." 외치며 카운팅 하는 애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왔다. 애들은 4인 가족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주문해도 3만 원도 안 하는 베트남을 좋아한다. 요즘 급성장기라 키가 쑥쑥 크는 아이들이 베트남에서 더 커서 갔으면 좋겠다.


파워 J 남편은 상비약으로 교차용 해열제, 설사약, 인후염약, 상처밴드와 연고 등을 준비했다. 우비 등 필요한 물건은 다이소에서 저렴하게 일괄 구입했다. 여행 계획을 수시로 업데이트해서 가족단톡방에 공유하고 퇴근해서 TV와 연결해 브리핑고 토의한다. 수학여행 설명하는 담임선생님 같다.


특히 기록을 위해 구글시트를 활용하는데 여행 중 하루일정이 끝나면 그날 방문지와 지출 내역을 시트에 추가 기록한다. 왜 기록하냐고 물으니 다음 여행 때 보완하려고 한단다. 여행 첫날 저녁인데도 어김없이 남편은 구글시트로 일정과 경비를 정리 중이다. 시 부장님 출장 따라온 기분이다.


냐짱 담시장-> 해변 공연관람-> 숙소에서 가까운 야시장을 구경했다. 여행 오기 전 불필요한 물건 구입 지출은 자제하고, 한국인에게 알려진 맛집은 제외하며 현지인들이 주로 가는 식당을 자연스럽게 이용하자고 했다.


그런데 애들이 담시장에서 퀄리티 좋은 물건을 발견했단다. 결국 중학생 아들 팬티 5장에 12000원을 주고 샀고, 초등딸의 티셔츠를 6500원에 구입했다. 남편은 지금 이 구매 내역도 구글 시트에 기록 중이다. 내일은 화란섬과 원숭이섬 투어를 예약했다고 한다. 가본 적 없고 들어본 적 없다.


그냥 따라가려고 한다.

전세낸 숙소 수영장
반쎄오와 스프링롤
쌀국수(고수 빼주세요 말하며 주문)
파인애플 볶음밥
공심채, 모닝글로리
냄느엉
keyword
자급자족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구독자 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