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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급자족 Sep 17. 2024

묵나물

지난봄에 여린 봄나물을 삶아 말려두었다.


 말리면서도 '마트에 맛있는 게 천지인데 괜한 짓이구나'라고 생각했다. 호기심이 생기면 일단 해야 한다. 엄마가 하던 방식을 떠올려 묵나물 저장해 보았다.



기억에 엄마는 토란대, 호박, 고사리, 취나물을 말렸었는데 나는 뽕잎 새순, 망초대, 명아주, 질경이를 말렸다.


오늘 나물 묶음 하나를 꺼내 묵나물 볶음을 만들었다. 네임태그를 붙여놓지 않아 무슨 나물인지 모른다. 아마도 열거한 나물들의 짬뽕일  것이다.



묵나물을 찬물에 담가 전날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아침에 꺼내 삶았다. 그런 후 뜨거운 물 안에 그대로 방치했다. 더 연해지라고.



건져내어 잘게 잘랐다. 잘게. 밑간을 하기 위해 넓은 볼에 담았다.



다진 마늘과 대파 흰 부분, 국간장이 떨어져서 진강장 3스푼, 참치액젓이 떨어져서 멸치액젓 2스푼, 들기름 2스푼을 넣었다. 비닐장갑을 끼고 조물조물 밑간을 했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나물을 볶다가 물을 반컵~1컵 정도 추가했다. 한번 푹 익으면  깨를 갈아 넣어주고 마지막에  들기름 한 스푼 추가하고 끝내면 된다. 싱거우면 소금 간을 추가하려 했는데 반찬가게 나물맛이 난다.



 계란 프라이를 얹어 아침식사로 먹어보니, 한두 끼 정도의 분량은 묵나물로 만들어놓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어린 뽕잎, 망초대, 어린 명아주. 어린 질경이 건강에 좋아 고급 한정식집 나물 재료라는데 딱 대보름 나물 그대로의 맛이다.


뱃속 기름기를 구석구석 닦아 내버릴 것  같은 느낌.


말 그대로 먹을  것 천지인 세상에 뭐 묵나물까지?라는 생각이 아직도 들지만, 내년에도 깨끗하고 질 좋은 묵나물을 네임태그 붙여 냉동고에 보관해야겠다. 한 끼 분량만.


문 연 식당이 없는 명절에 물도시락 2개 싸들고 나가서 잘 먹었다. 추석연휴, 가족에게 양해를 구하고 문서작업하느라 스터디카페에 박혀 있다. 진전이 없다. 그래도 내일까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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