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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식사는 '김밥'

by 자급자족

어제 이웃 부부싸움에 한숨도 못 잤다. 하루종일 비몽사몽이다. 남의 집 부부싸움인데 내 몸이 아프다. 그 고통이 고스란히 내게로 왔다.


아침에 남편이 "밥 먹자~ 나와라~"한다. 어렸을 때 엄마가 불렀던 그 음성이다. 나가보니 떡국을 끓여놨다. 또 한 살 먹는다.



하루종일 누워 골골거리다 저녁에서야 살아났다. 남편이 금요일에 사용하고 남은 김밥 재료를 활용하는 건 어떠냐고 한다. 좋은 생각이다.


남편은 좀처럼 나에게 부엌을 맡기지 않는다. 내 밑바닥 수준의 음식 솜씨를 알기 때문이다. 나한테 저녁식사로 김밥을 싸달란다. 이건 대단한 용기다. 김밥 옆구리 터지는 것까지 감수하겠다는 거다.


금요일에 남은 김밥재료를 반찬통에 개별보관하길 잘했다. 텃밭에서 수확해 온 시금치를 무쳤다. 요리솜씨가 없으니 시금치의 간을 참기름, 흰 대파, 소금으로 정성스럽게 맞춰본다.



밥통에 있는 밥에 참기름, 식용유, 소금으로 간을 맞춰 비볐다. 장갑 낀 손으로 한 덩이씩 둥글게 잡아 김 위에 얇게 펴 바른다. 속재료를 쌓고 김의 한쪽 끝면을 접어 심지를 만든다. 심호흡을 하고 심지를 잡아 속재료를 덮듯 야무지게 말아본다. 그리고는 팽팽하게 당다. 살살 굴려 김 끝에 밥알을 붙인다. 적성에 안 맞지만 흉내 내봤다.


싸고 보니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낯선 지역에 4인 가족만 살고 있어 나눠줄 곳도 없다. 요리를 하는 그 시간만큼은 스트레스가 없다. 먹으려고 김밥을 싼 게 아니라 살려고 김밥을 싼 것이다.


# 띠동갑 친정오빠


광주에 살고 있는 띠동갑 친정오빠에게 전화했다. 어제 보낸 상추는 잘 도착했는지 묻기 위함이다. 잘 도착했는데 발송인이 누군지 몰라 못 뜯고 있었단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자주 네 물건 사면서 오빠 거도 주문해 주면 땡큐란다.


오빠는 20대 때부터 평생 광주 기아자동차 회사에 근무 중인데 저녁인 지금 출근했다고 한다. 생산라인 3교대 근무인가 보다. 하하 호호 시답잖은 대화를 하고 끊었지만 오빠와의 대화는 항상 유쾌하다.


# 덕질


오늘밤 10시, MBC에서 인생 최애 배우인 이세영 씨의 '모텔 캘리포니아' 드라마를 한다. 평생 덕질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그녀의 얼굴로 도배된 달력을 매년 산다. 얼굴도 이쁘지만 생각이 건강한 청년이라 그녀를 응원하며 사는 것만으로도 다. 어떤 순간에도 그녀의 영상을 보고 나면 행복해진다. 비타민이 활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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