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는 수저로 먹어야 제맛
우리 집 식구들은 번데기를 싫어한다. 냉동 생번데기를 택배로 시켰는데 저녁때 귀가해보니 남편이 냉동고에 가지런히 정리해 놨다. 택배 완전범죄를 꿈꿨지만 남편이 먼저 퇴근하는 바람에 물 건너갔다. 쥐포도 시켰는데 그것도 냉동고에 정리되어 있다. 쓸데없는 걸 샀다고 잔소리할까 기다렸는데 아무 소리 없이 TV를 본다. 이제 포기했나 보다. 비닐봉지에 소분해서 냉동칸에 들어가 있는 번데기를 보니 뿌듯하다.
그동안 여러 경로로 번데기 요리법을 학습하고 실험했는데 실패했다. 생각보다 번데기에 맛을 입히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튜브에서는 그럴듯하게 설명하지만 똑같이 따라 해도 맛이 없었다. 시행착오 끝에 옛날 장터에서 먹던 깊은 맛을 발견했다. 비법은 파기름을 내는 것이었다. 아래 순서대로 하면 누가 해도 맛있다.
<주재료>
1) 번데기 2컵(종이컵 사이즈의 스텐컵)
2) 국간장 1스푼
3) 액젓 1스푼(까나리 액젓 또는 참치 액젓, 멸치액젓 등)
<야채>
1) 양파 1/4 쪽
2) 대파 아랫부분 (엄지 손가락 길이)
3) 마늘 3개 편으로 썰기
4) 식용유 2스푼
5) 다시마 작은 2조각
6) 고추 1개(생략가능)
7) 고춧가루 1 티스푼(술안주일 때 추가, 생략가능)
<번데기 초벌 데치기>
1) 번데기 2컵을 찬물에 씻기
2) 냄비에 물 적당히 붓고 소금 1 티스푼을 넣는다.
3) 끓는 물에 번데기를 넣고 끓어오르면 저으며 데친다.
4) 삶아진 번데기는 흐르는 수돗물에 한번 헹궈 채반에 받친다.
5) 그릇에 번데기 넣고 국간장 1스푼, 액젓 1스푼을 넣어 골고루 섞어 둔다.
<파기름으로 번데기 볶기>
1) 인덕션 위에 프라이팬을 올리고 불을 켠다.
2) 식용유 2스푼을 넣고 파, 양파, 편마늘 넣어 센 불에서 볶아 파기름을 낸다.
3) 번데기를 투하하여 뒤적뒤적 섞어주며 번데기에 파기름 향을 충분히 입힌다.
4) 다시마 2조각, 당근, 고추 등을 넣고 볶아준다.
5) 물 1컵 반을 넣어주고 센 불에서 끓어오르면 약중불로 줄인다.
6) 약중불에서 뚜껑을 덮고 뭉근하게 끓인다. 오래 끓일수록 다시마 국물이 우러나와 맛있다. 싱크대를 정리하며 기다린다. 끝.
<번데기 효능>
자료검색을 통한 번데기 효능 정리. 옛날 동의보감 등 고서에 나온 얘기들이다. 단백질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허약체질의 아이에게 좋은 보양식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영양과잉시대라 지금도 맞는 얘기인지는 모르겠다.
1) 몸의 기혈이 약해 야위는 것을 치료함
2) 비정상적으로 소변을 보게 되는 증상과 열을 치료함.
3) 심신이 번란한 것을 치료함.
4) 염증과 상처를 빠르게 아물게 함.
5) 번데기는 지방의 함량이 낮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고단백질 식품에 해당함.
<동의보감>에서 번데기는 ‘성질이 평(平)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풍과 허로로 야위는 것을 치료한다’라고 쓰여있다.
- 또한, 번데기는 소갈(消渴)에 사용했는데, <태평성혜방>에는 ‘소갈과 열을 치료하고 혹은 심신이 번란한 것을 치료한다.
- 당뇨병에 특효가 있으며, 염증과 상처를 빠르게 아물게 한다. <주촌신방>에는 칼로 베인 곳에는 누에를 가루로 만들어 바르면 완전히 아문다. 다른 창종(瘡腫)에 새살을 만들고 벌어진 곳을 아물게 한다’고 했다. 번데기는 아주 빨리 자라게 하는 유전자적 특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동물의 상처 또한 빠르게 회복시키는 효능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