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남편이 해놓고 간 반찬은 고춧가루로 맛을 낸 빨간 어묵볶음이다. 인덕션 위 프라이팬에 한가득이다. 직장 도시락 반찬으로 싸가야겠다. 말려도 소용없어서 15년째 요리와 장보기는 남편이 한다. 퇴근후에는 내가 하려 하는데 그것도 기회를 안 줄 때가 많다. 밥에 빨간 어묵볶음을 한입 먹어보니 맵지도 않고 마늘향이 입혀져 딱 맛있는 맛이다. 어렸을 때 모내기 새참 반찬으로 엄마가 해가시던 그 빨간 오뎅볶음과 맛이 같다.
전라남도 나주라는 곳은 가보지 않았지만, 그곳에 위치한 방앗간에 전화 걸어 현금을 입금했더니, 고춧가루를 부쳐주셨다. 고춧가루는 앞으로 시골 방앗간에서 구입하려고 한다. 고춧가루 색이 곱고 건강해지는 맛이다. 남편은 끝자리가 3, 8일에는 항상 재래시장에 들러 구운 김과 어묵을 산다. 마트 어묵보다 수분감도 있고 더 맛있다고 한다.
3월, 둘째가 중학교에 입학하여 이제 우리 집에 초등학생은 없다. 두 아이 영어학원을 새로 세팅 중이다. 어제 저녁식사 후 중3 아들에게 얘기했다. "아들아 엄마가 혼란을 줘서 정말 미안하다. 그런데 이 모든 변화는 오로지 너에게 포커싱을 맞추려는 목적이기에 그렇게 또 크게 미안하지는 않다. 이러이러한 이유로 영어학원을 바꾸고자 한다. 적응해서 잘 다니고 있지만 이러이러해서 엄마말에 따라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더니, 학원 옮기는 것에 따르겠단다.
중고등학생 대상 대학 입시에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학원, 채용된 강사가 아닌 원장의 직강, 애들에게 포커싱하여 맞춤 수업이 가능한 소그룹이나 1:1 강의, 지역 내에서 입시경력이 오래되고 특목고나 명문대생 배출이 많은 곳, 고3 지도 경력이 많아 중학생 때부터 어떻게 방향성을 잡고 끌고 갈 수 있는지 노하우를 가진 원장, 공부에는 왕도가 없으므로 지속해서 구멍 없이 실력을 꼼꼼히 채워갈 수 있는 곳, 공부방법을 차근히 가르치는 곳, 시험 2~3주 전부터는 내신 시험과 수행평가를 돕는 곳. 읍면지역에서 찾기가 힘들다.
차라리 내가 가르치는 게 낫다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범대를 나와 평생 공립 고등학교에서 고3 수능 영어만 가르치던 남편을 과외선생님 후보로 생각해 보지만, 지금 교감생활로 너무 바빠 안된단다. 학원 숙제에서 어려운 문제는 봐주고, 교장 되면 본격적 수능준비를 해주겠단다.(지금 요리에 쏟는 정성과 시간을 가르치는 일에 쓰면 되는데...)
지역 카페에 글을 올리고 대학 입시를 끝내신 부모들의 추천을 기다렸는데 채팅만 12개가 왔다. 추천글 속에서 진정성이 보이는 곳들과 상담을 계속하고 한 곳을 골랐다. 이번 선택이 아이에게 최선이고 마지막이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