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남편이 퇴근하며 딸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제육볶음을 먹을 건지 소불고기를 먹을 건지 묻는 전화였다. 아이들 키성장을 위해 고기를 먹여야겠단 생각을 했나 보다.
딸이 제육볶음을 먹겠다고 해서 장을 봐서 들어왔다. 양념 제육이 아닌 제육볶음용 생고기 한팩을 사 왔다. 고춧가루, 설탕, 고추장, 간장, 다진 마늘 등을 과감히 배합하더니 재워둔다.
고기는 전지 앞다리살을 샀고 양념은 유튜브에서 "정호영 제육볶음"이라는 용어로 검색해서 참고했단다. 정호영 셰프의 제육 레시피가 심플한데 맛있다고 한다. 아침 6시 25분 알람소리에 깨더니 어제 양념해 둔 제육을 지글지글 볶는다. 딸은 공부해서 뭐에 쓰냐는 집에서 자란 나는 요리가 취미인 남편이 신기하다.
중1 딸은 새로 옮겨준 영어학원에 다녀오더니, 싱글벙글이었다. 그간 수없이 들었던 문법용어가 이제야 확실히 이해되는 지점이 있었단다. 대학 졸업한 아들만 둘인 여원장님이 야무지다고 딸로 키우고 싶다는 얘기도 하셨단다. 공부에 왕도가 없기에 꾸준히 구멍 없이 지식을 쌓을 학원을 찾고 있었는데 이제야 찾은 듯하다.
아들은 특목고 준비반도 있긴 했지만, 속도를 내서 진도를 빼기 위해 원장님께 1:1 과외를 주 3회 받기로 했다. 토요일도 공부시간을 잡아주셔서 감사하다. 원장님께 내 직장 업무 사정을 말씀드리고, 당분간 좋은 학원 찾아 아웃소싱하는 이유도 설명드렸다. 자식처럼 가르치겠다고 하셔서 마음이 놓인다.
퇴근 후 문서작업 루틴을 만들고자 노력 중이다. 퇴근하고 아이들 밥을 차려주고 샤워한 후 스터디카페에 가는 루틴을 가져볼까 했다. 그런데 저녁식사하고 샤워하니 몸이 노곤해져 스터디카페에 가지 못했다. 어제도 퇴근하고 샤워하니 바로 노곤해지면서 초저녁잠이 들었다. 밤 8시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스터디카페에 갔다. 고요 속에서 집중이 너무 잘되었다. 피곤해도 집에서 조금 쉬다 스터디카페에 일단 출석(!)하는 루틴을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60대 후반의 스터디카페 여사장님이 왜 어제는 안 왔냐며 기다리셨다고 한다.?? 집에서 농사지은 고구마를 삶아 샌드위치처럼 만들어 가져왔는데 그날 딱 결석했단다. 지난번에도 샌드위치를 주셨는데 제때에 못 먹고 버렸다. 챙겨주고 싶으신가 보다. 거절을 못한다. 또 한가득 고구마 샌드위치를 안겨주셨다. 아리송하다.
그동안 써놓은 원고를 정독하며 빨간펜으로 신들린 듯 속도를 내서 퇴고 중이었다. 그런데 사장님께서 구수한 옥수수차를 끓였다며 책상 위에 올려두고 지나가신다. 다른 이용자에게는 말을 안 거시는 것 같은데, 극내향형인 나는 배려에 적응 중이다. 옥수수차는 이제까지 먹어본 것 중 가장 구수했다. 개인적으로 빵을 싫어하지만 샌드위치가 버려지기 전에 오늘 직장 점심도시락으로 싸가서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