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그릇 딸그락 소리에 깼다. 분명 어제 폭풍 설거지를 해놓고 잤는데, 남편이 찬장에 그릇을 정리하나 보다. 펜션처럼 그릇 몇 개 남겨두고 그릇의 자취를 감출게 분명하다.
그릇 정리를 끝냈는지 뭔가를 써는 소리가 들린다. 대파를 써는 소리일 것이다. 계란말이? 김치찌개? 오늘 칼질 소리는 짧은걸 보니 더 궁금증이 생긴다.
밖에 나가보니 설렁탕을 끓여놨다. 국물 토핑용 대파를 써는 소리였다. 사골국물을 직접 냈을 리 없고 껍질을 찾아보니 "이문 설렁탕" 두팩을 사용했다. 서울에서 남편과 직접 먹은 적 있는데 맛있었는지 자주 온라인 주문해 놓는다. 중1 딸은 오징어 젓갈에, 중3 아들은 무생채에 곁들여 설렁탕 한 그릇씩 뚝딱 먹고 등교했다.
대기업표 국물보다 진하고 소고기가 듬뿍이다. 우리 집은 거의 집에서 요리해서 먹는다. 족발, 사골국물, 만두, 미니 돈가스, 소시지는 구입하지만 집에서 할 수 있는 건 대부분 직접 요리한다. 남는 건 매일 직장 도시락 반찬으로 싸가니 식비 절약과 건강을 챙길 수 있다. 배달 어플은 직장에서 방문자 접대할 때 1년에 1회 정도 사용한다. 요리를 매일 하면 사용하는 양념이 비슷하므로 사 먹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4인 가족 갈비 외식 한 번에 10만 원은 우습게 나가서 가능하면 집에서 해 먹는다.
남편은 판교 쪽에서 4시 40분 칼퇴근해서 집에 5시 40분쯤 도착한다. 어제는 야근으로 9시 10분쯤 귀가했다. 아이들 케어 바통 터치를 하고 바로 스터디 카페로 갔다. 오늘은 쉴까 싶었지만 무거운 몸을 끌고 갔다. 고요 속에서 집중이 또 잘 되었다.
써놓은 원고 다섯 장을 출력-정독-퇴고 작업을 4회 로봇처럼 반복하며 다듬어 나갔다. 저녁 11시 30분쯤 되니 그 넓은 스터디카페에 할아버지 사장님과 나만 남았다. 자정쯤 되니 아저씨 두 분이 공부하러 들어오신다. 그분들도 고요한 밤에 집중이 잘되는 타입인가 보다.
그동안 써놓은 원고 170장을 이메일로 전송하고 귀가했다. 2월 한 달 매일 퇴근 후 자정까지 보고서 쓰기에 몰입했는데 어느 정도 분량을 채워 다행이다. 새벽 6시 30분쯤 이메일 수신확인 된걸 보니, 다음 요구가 들어오거나 X표시로 너덜너덜한 보고서가 되돌아올 것이다. 역시 기다리는 시간이 초조하다. 최선을 다했고 보고서에 정성과 진심을 담았으니, 내 머리가 안 좋아 부족한 부분은 수정 제안 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보고서도 사람이 쓰는 거고 사람이 읽는 것이다. 나는 그저 정직한 마음으로 정성과 진심을 담으면 된다. 그래도 X라면 그건 내 능력 밖의 일이고 내문제가 아니다. 나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