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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다운 삶

by 자급자족

중3 아들이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거린다.


오늘 사회시간에 학원 3개 다니는 사람 손들어보라고 하니 10명 넘게 손들었다.


이어서 학원 4개 다니는 사람 손들어보라고 해서 반에서 두 명이 손들었다고 한다.


사회선생님이 학원 4개 다니는 두 명에게 너무 삶이 힘들겠다고 온 맘을 다해 위로했다 한다.


사회선생님은 수업 동기유발을 위한 발문을 끝내고 오늘 수업주제인 "인간다운 삶"에 대해 진도를 나갔다.


아들은 사정이 있어 학원을 5개 다니고 있다. 5개 다니는 사람은 안물어봐서 다행이란다. 들과 내가 동시에 엄청 웃었다. 너무 웃어서 안면근육이 마비되는줄 알았다.


아들은 국어, 과학, 수학심화, 수학선행, 영어를 다닌다. 우리 어렸을 때처럼 학원 안 다니고 혼자 하면 너무 좋겠지만, 아들이 준비하고 있는 것도 있고 사정이 있어 그렇게 하고 있다. 과외나 학원이 도보권이라 불평 없이 다니고 있지만, 본인이 각하기에도 오늘 사회수업 상황이 웃겼나 보다.


남편이 퇴근하고 와서 배꼽 잡고 웃는 모자를 보고 혀를 끌끌 찬다.


뭐가 정답인지 모르지만.. 당분간은 어쩔 수 없다.


아들은 중3이 되어 중 2 때는 안 배우던 사회과목을 배운다. 첫 수업으로 헌법에 대해 배우더니 법대를 갈 거라고 한다. 그리고는 평소 생각했던 학교의 부조리함에 투덜투덜 댄다. 대안 없는 투덜은 넣어두라고 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뛰어나서 이과 쪽으로 진로 방향을 잡고 있었는데 요즘 부쩍 법을 가르치는 사회수업이 재미있나 보다.


오늘 "인간다운 삶" 수업에서 손을 들뻔한 아들 덕분에 500년 만에 웃었다.


남편은 장을 봐서 퇴근하더니 소불고기 양념에 소고기를 재우고 있다. 요근래 아들의 키가 부쩍 크고 있어서 한우 소불고기감을 사왔단다. "나는 못먹더라도 키가 쑥 크고 있는 우리 애들은 한우 먹여야겠어" 혼잣말을 하며 양념을 한다. 애들에게 참 지극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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