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형의 호기심 해결
스타벅스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하다 밤 9시 30분쯤 귀가했다. 남편이 야식으로 짜파게티를 끓이고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딸이 "아~파김치에 먹고 싶다"는 말에 파김치를 담기로 했다. 파김치를 못 담근다. 근데 '파김치 뭐 별거 있어?' 란 생각이 들었다. 익히면 다 맛있다. 엄마의 호기심을 또 자극시켰다고 남편이 딸을 째려본다.
역시 음식을 만드는 그 시간만큼은 두통도 걱정거리도 없어지고 딱 눈앞에 있는 일에 몰입하게 된다. 잘하지 못하지만 요리만큼 스트레스 해소되는 게 없다.
밤 10시에 집 앞 24시간 식자재마트에 갔다. 파 소포장 3단(8940원)과 새우젓(5900원)을 사 왔다. 파 대포장 1단은 7900원이었으나 끝이 시든 것 같아서 소포장으로 3단을 사기로 했다. 새우젓은 딱 두 스푼 필요했지만 냉동실에 보관하면 얼지도 않고 계란찜 요리 등에 유용하게 쓸 수 있어 5900원짜리 한통을 구입했다.
레시피에 보니 사과, 배가 있는데 넣어도 그만 안 넣어도 그만인 듯해서 제외시켰다. 내 시간은 소중하기에 최단시간에 가장 효율성 있게 파김치를 만들기로 했다.
생강 1스푼(한 조각), 마늘 1스푼(마늘 6~7알), 쌀밥 3스푼, 새우젓 2스푼, 양파 1개, 물 조금을 섞어 핸드 믹서로 갈아 고춧가루 2컵, 설탕 2스푼과 섞어두었다. 미리 고춧가루가 잘 불려지게 하기 위해서다.
전남 나주는 가본 적 없지만, 그 지역 소재 시골 방앗간에 전화걸어 입금하고 고춧가루를 주문했었다. 1년 먹을 분량을 주문했는데 음식에 고춧가루를 활용할 때마다 몸에 좋은 일 하는 기분이다.
쪽파를 물에 담가 뿌리 흙을 흘려보냈다. 도마 위에 놓고 파뿌리를 댕강 잘랐다. 다시 깨끗한 물에 파를 담그고 재빠르게 파의 흰 부분 껍질을 제거해 나갔다. 채반에서 물기를 없앤다. 대야에 파를 놓고 멸치액젓 한 컵을 파 흰 부분에 흩뿌렸다. 중간에 파를 두세 번 뒤집어 파가 잘 절여지도록 했다. 절여지는 동안 설거지와 싱크대 정리를 했다.
물기를 제거한 김치통을 미리 준비해 놨다. 용기를 세 개 준비했는데 액젓을 뿌려놓은 파가 서서히 숨이 죽어 김치통 하나로 충분했다. 비닐장갑을 끼고 파 밑부분에 양념을 발랐다. 어렸을 때 엄마가 항상 파김치에 찬밥을 갈아 넣었는데 역시 밥을 넣으니 미끄덩거리는 쪽파에 양념이 착 달라붙는다.
시어머님께서 무생채 만들 때 알려주셨듯이 김치통 모서리에 빈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용기에 파를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그리고 무생채에 깨를 뿌리지 않으셨었기에 파김치에도 참깨를 뿌리지 않았다. 김치통의 가장자리를 깨끗하게 닦아 뚜껑 덮어 베란다에 보관해 뒀다. 이틀 상온에서 익혀 냉장보관 예정이다.
파김치 담는 동안 스트레스 다 날아갔다.
개인적으로 라면을 먹지 않지만, 파김치가 잘 익어서 가족이 라면이나 짜파게티에 맛있게 먹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