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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

by 자급자족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나왔는데 차들 위에 눈이 한가득이다.


밤사이 눈이 온 지도 몰랐다. 생크림 푸딩 같아 예뻤지만 출근이 걱정이었다. 외부에 차를 댔었는데 기온까지 낮아 땡땡 언 눈이 앞유리창에 있으면 어떻게 치워야 하나 걱정했다. 예상치 못한 일로 지각은 더 걱정이었다.


스타벅스 카드는 지난번 눈 치우는 데 사용했기에 이미 너덜너덜 해져 있다. 뭘로 치우지? 맨손? 걱정하며 걸었다.


그런데 내차가 말끔히 서있다. 내차에만 눈이 없다. 세차한 듯 물방울만 맺혀 있다. 차량 위에 처마라도 있었던 걸까 위를 쳐다봤는데 없다. 어리둥절하며 10분 거리 직장에 안전하게 잘 도착했다. 남편에게 전화 걸어 혹시 내 차 위 눈을 치웠냐고 물으니,


"응, 내차 치우면서 니꺼도 치웠어."


감동이다.

남편은 아침 7시에 1시간 거리 직장으로 출발하는데 그전에 일찍 나가서 치웠다고 생각하니 더 고맙다.


전화로 "이렇게 감동일 수 있냐고!!!" 쌩 호들갑을 떨었더니 동료들 다 듣는다고 빨리 끊으란다.


오늘도 감사 한 스푼 저축해 본다.

남편이 술 먹고 안 들어와도 감사할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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