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중학교가 집 앞 도보 2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나도 출근준비를 다하고 딸도 등교준비를 다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았다. 꺼진 TV를 보며 소파 위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왈가닥 중학교 1학년 딸에게 답이 없는 질문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둘 다 꺼진 TV를 멍하니 응시하며)
나: 인터넷에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댓글 다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딸: 현실의 자기 인생에서 주인공이 못되니까 인터넷상에서라도 남을 비난하면서 자신이 잘났다고 증명하고 싶겠지.
나: 근데 일기장이 아닌 공개적인 SNS나 유튜브에 글이나 영상을 올리는 사람도 자유겠지만 댓글로 비난하는 글을 쓰는 사람도 그 사람 자유인 거 아니야? 댓글로 비난을 표현할 수도 있잖아.
딸: 비난은 자유겠지만 그 비난 댓글을 보고 상대방이 상처받았다면 그건 진짜 비난인거지. 그건 예의가 아니지. 만약 상처받아서 10분이라도 그 생각하며 일상을 정지시키고 속상해한다면 그 댓글자는 상대방에게 피해를 준거지.
나: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응징해야 할까?
딸: 그냥 냅둬. 뭘 응징을 해. 지 인생 망하라고 냅둬. 그 사람은 오늘 또 어디 가서 그런 댓글 쓰고 있겠지.
냅~~ 둬.
나: 그러면 그런 비난댓글 다는 사람들은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딸: 그냥 무시하는 게 답이지. 뭘 또 고쳐? 지 인생 지가 사는 거지
나: 그 댓글로 속상한 사람은? 그 글이나 영상을 삭제하거나 채널을 폐쇄해야 할까?
딸: 글을 내리거나 채널을 폐쇄하면 안 되지. 상대방이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일방적으로 쓴 비난댓글 때문에 속상한 건데, 그 사람 때문에 일상을 정지시키면 안 되지. 속상하다고 글이라도 쓰고 영상이라도 만들어야지.
딸 : 아 맞다. 올해부터 텃밭 같이 일구기로 하지 않았어?
나: 같이 일구기로 했지. 내일 트랙터로 밭갈기를 한다는데 오늘 퇴근하고 밭정리를 해야 하거든. 근데 비닐 걷어내고 지지대 정리하는 일이 좀 힘든 일이라 나 혼자 몰래 가서 하려고 했지. 왜냐하면 네가 처음부터 힘든 일 하면 하루 만에 텃밭경작 안 한다고 할까 봐.
딸: 일이 힘들어도 오늘부터 나랑 일하자. 나 영어학원 끝나고 집에서 만났으면 좋겠어.
의견이 다르면 그냥 지나가면 되는 거지.
글이나 영상콘텐츠에 굳이 비난 댓글을 쓸 필요가 없지.
누구나 공부할 만큼 했고, 경험할 만큼 했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치열하게 살만큼 살았고.
떳떳한 삶인데 비난받을 이유 없지. 누구도 감히 비난할 수 없지.
못 채운 욕구는 다른 곳에서 풀지. 배설을 댓글로 할 필요가 없지.
문자는 문자이고, 영상은 영상일 뿐.
그 콘텐츠를 기록한 사람이 어느 상황인지,
왜 그런 짧은 글이나 영상으로 일상을 기록하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지 상대방은 모르지,
"왜 포커페이스가 안 되는 상황인지" 다 표현해놓지는 않으니.
스스로도 못 바꾸는데 다른 사람은 더 못 바꾸지. 그런 애정은 없지.
가시 돋친 말을 공중에 둥둥~ 띄워놓고 구경하는 수밖에.
남의 인생 내버려두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