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서리네 텃밭
10평을 대여해서 매년 농사 중이다. 수도시설이 텃밭 바로 앞에 있어 물 주기 수월하고, 연초에 밭을 기계로 갈아엎어주시기 때문에 초보가 농사짓기 편한 곳이다.
올해 첫 농사일을 기록해 본다. 퇴근 후 학원 마친 아이들과 집에서 만나 맛있게 저녁식사하고, 5분 거리 텃밭으로 함께 출동했다. 올해부터는 중학교 1학년 딸과 콤비로 텃밭을 경작하기로 약속했다.
수학학원에서 2시간 동안 문제 풀다 귀가한 중학교 3학년 아들도 텃밭에 따라가고 싶다고 해서 데려갔다. 남편은 퇴비뿌리고 비닐멀칭할 때와 감자, 고구마, 쌈채소 등 채소 수확할 때 도움을 받을 생각이다. 채소 수확해서 서울 시어머니댁에 가져다 드리는 걸 기쁨으로 여기기에 그때 수확 도움 좀 받아야겠다
오늘 할 일은 작년 농사 잔해물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쇠 지지대 정리하기, 고추나무 가지런히 모아 버리기, 플라스틱 노끈과 멀칭비닐은 주워 종량제 봉투에 모으기를 했다.
대파, 잎우엉, 부추는 모종을 새로 살 필요 없이 올해도 이어 자랄 예정이다. 트랙터로 밭 갈기 용이하도록 밭의 가장자리로 작물 옮겨 심는 작업을 했다. 다년생 작물은 밭의 가장자리에 심었어야 했는데 작년에 밭 한가운데에 심는 실수를 했다. 올해 이식 작업이 필요하다.
시금치, 대파와 잎우엉 일부는 수확해서 밑반찬 만드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직장식당을 이용하지 않고 도시락을 싸서 다니니 식재료 소진에 도움 되는 것 같다.
아들은 삽으로 잎우엉과 부추를 흙까지 한 삽씩 뜨는 작업을 했고, 딸은 이동된 작물을 호미로 북돋우며 심는 작업을 했다. 나는 시금치, 대파, 잎우엉 수확과 쓰레기 정리를 했다. 밭 가장자리에 실하게 자란 냉이도 캤다.
약 40 분 동안 밭을 정리하고 돌아와 아들은 8시부터 10시까지 가는 과학학원 숙제를 점검했고, 딸은 수학숙제를 했다. 나는 이메일 확인을 해야 하는데 두려워 못하고 있다. 몇 주간 작업한 보고서의 결과가 도착해 있는데 아침부터 열어보지 않(못하)고 있다. 메일을 여는 순간 다른 요청이 와있을지 모른다.
슬슬 책상과 책꽂이를 정리하고 새롭게 문서작업할 환경을 만들어야겠다.
내일 트랙터로 밭 갈기가 완료되면 할 일을 정리해 본다. 10평의 땅에 퇴비 5포대 뿌리기, 일주일 후 가스가 다 빠져나가면 비닐 멀칭하기, 따뜻한 주말에 남편, 아이들과 종묘사에 들러 올해 먹고 싶은 작물의 모종과 씨앗 고르기를 해야겠다. 일단 감자 2000원어치를 심기로 했다.
아이들과 협의해서 4인 가족에게 딱 필요한 작물을 선정하고, 넘치지 않는 수량만 효율적으로 경작해 볼 예정이다.
심기만 하면 비, 공기, 이슬, 바람, 햇빛이 다 도와줘서 풍요로움을 구경만 하면 된다.
옆 텃밭 아주머님 덕에 오늘 새롭게 안 사실이 있다. 대파를 뿌리째 뽑아 수확하지 않고 베어서 수확하면 오랫동안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작년에 부추를 10번 넘게 베어 수확했으니 부추랑 비슷한 개념인가 보다. 올해는 대파도 베어 수확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