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영어학원 수업을 마친 딸을 픽업해서 텃밭에 갔다. 텃밭의 관수시설도 만들고, 딸에게 감자 수확 체험을 시켜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딸이 세 살 때부터 나 혼자 텃밭을 일궜다. 올해 딸이 중학교 1학년이 되면서 "엄마! 함께 텃밭 일구자"라는 얘기를 했다.
딸은 텃밭에 도착하자마자 아름드리나무를 핸드폰 카메라에 담는다. 딸이 사진 찍기 전에는 그 나무가 그 자리에 있었는지 몰랐다. 그리고선 비 온 뒤 폭풍성장을 한 작물이 신기한지 연신 감탄사를 터뜨린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부모님과 함께했던 농사 기억이 유독 또렷하게 남아있다. 딸에게도 나와의 텃밭 농사가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
관수, 즉 텃밭 작물에 물을 대는 시설을 만들었다. 주말에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주워놓은 페트병의 밑면을 자르고, 오이와 애호박 모종 사이에 거꾸로 묻었다. 텃밭을 떠나기 직전, 페트병에 물을 한가득 채워놓으면 관수시설 끝이다. 출근해 있는 동안, 페트병의 물이 자동으로 쫄쫄쫄~ 소량씩 내려가며 식물에게 수분을 공급한다. 유튜브에서 배웠다.
오늘은 '장돌뱅이'라는 유튜버 영상에서 '장마 후 해충 천연 방제 방법'에 대해 배웠다. 물 2리터에 뚜껑 3개 분량의 식초를 넣어 3일에 한번 뿌려준다고 한다. 식초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 있어 약국에서 과산화수소를 사서 식초 대신 똑같은 분량으로 희석하여 뿌리기도 한단다. 농사 유튜버분들이 적기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해 주셔서 감사하다.
얼마 전, 비가 많이 내려 오이와 애호박이 폭풍성장을 해있었다. 올해 처음 시도 중인 궁채는 자랄 것 같지 않더니, 비 온 뒤에 쑤욱~ 자라 있다. 식물도 최적의 시기가 있는 듯하다. 올해 처음으로 씨를 받아보려고 꽃을 키우고 있는 잎우엉, 나물용 줄기를 내어주려고 잘 자라고 있는 고구마, 셀러리를 포함한 다양한 잎채소 들도 잘 자라고 있었다.
6월 하지에 감자를 캐는데, 초기 기온이 불안정하여 늦게 심었다. 감자는 줄기가 노랗게 시들해져야 캘 수 있다. 그런데 아직 줄기가 쌩쌩하게 녹색이다. 딸이 계속 감자를 캐보고 싶다고 해서 한 뿌리만 캐보라고 했다. 한 뿌리를 캐보더니,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두 뿌리, 세 뿌리, 계속 뽑아보고 싶단다. 두 뿌리까지만 허락해 줬다.
제법 감자알이 큰 것도 있었지만, 역시 아직 캘 시기가 아니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의 2차 지필평가가 끝나면 온 가족 주말에 감자 캐러 다시 출동하자고 했다. 감자알 중에 가장 큰 것 다섯 개는 옆 텃밭 아주머니께 된장국 끓일 때 쓰시라고 드렸다. 지난번에 챙겨주신 강낭콩에 대한 보답이다.
남편이 차를 바꾼 뒤로 텃밭에 오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오다가 자가용에 흠집이 나면 어떻게 하냐고 한다. 마치 안경을 처음 쓰는 사람이 매일 천으로 안경알을 닦고 있는 형국이다. 아무래도 텃밭은 휘뚜루마뚜루 내 차로 와야 할 것 같다. 겨우 텃밭에 정 붙이게 해 놨는데, 다시 원점이다. 다음번에는 내 고물 차에 가족을 모두 태워 감자수확하러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