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호박의 몸통이 너무 커졌다. 바쁜 일상 탓에 제때 수확하지 못해서다. 오이는 노각이 되어 가고 있었고, 애호박은 통통하게 살이 올라와있다.
어제 퇴근 후, 텃밭 작물을 수확하면서 다짐했다. '수확하는 대로 먹어치우자'. 다행히 출근할때 도시락을 두 개씩 싸 다니니, 문제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애호박 3개 중 가장 날씬한 걸로 무슨 요리를 할까 잠시 고민했다. 직장맘으로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고 싶었다. 새우젓 애호박 볶음을 떠올리니, 미끄덩거리는 식감이 꺼려졌다. 특히 한 번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애호박 볶음은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그래서 '애호박전'을 만들기로 했다. 여러개의 유튜브 레시피를 본 끝에 김대석 셰프의 애호박전을 따라 해보기로 했다. 레시피의 '킥'은 새우젓 국물 한스푼과 빵가루. 그런데 막상 새우젓이 안보인다. 냉동실 깊숙한 어딘가에 있을 텐데, 찾는 걸 포기하고 까나리 액젓으로 대체했다.
애호박은 0.7~0.8 cm 두께로 잘랐다. 까나리 액젓 1스푼 반과 소금을 넣어 절였다. 김 쉐프는 20분 정도 절이라고 했다. 절여지는 동안, 집앞 24시간 식자재 마트에 들러 빵가루를 한 봉지 사왔다.
절여진 애호박은 채반에 올려 물기를 뺐다. 계란물에 담갔다가 빵가루를 입혀 팬에 노릇하게 부쳤다. 빵가루가 빨리 갈색으로 변하는 듯 해서 불을 줄였다. 레시피엔 계란 2개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괜히 고집 피워 3개를 풀었다. 역시 계란물이 꽤 남는다. 찍어먹는 소스도 레시피 설명대로 만들었다. 물 1스푼, 진간장 1스푼, 식초, 1/2스푼, 설탕 1/4스푼. 맛을 보니, 무엇에 찍어먹어도 맛있을 간장 소스맛이다.
애호박전의 맛을 봤는데, 새우젓 국물 대신 액젓,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중학생 아들이 아침에 일어나 거실에서 2차 지필평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평소 애호박전을 좋아하는 아들이 아침 식사 대신 애호박전 한접시를 먹는다. 딸은 몇개 집어먹고 밥을 먹었다. 텃밭에서 자란 싱싱한 애호박을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줘서 다행이다.
시골에서 지인 없이 딱 4인 가족만 살고 있다. 야채를 나눌 곳이 없는 게 늘 아쉽다. 오늘은 수확한 채소를 아이스박스 포장해서 대전에 있는 셋째 언니네로 보낼 예정이다. 다섯 살 많은 언니는 최근 혈관관리를 하라는 의사의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6남매 단톡방에 애호박전 사진을 올렸더니, 텃밭 채소를 보내라고 아우성이다.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