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텃밭 채소 수확

by 자급자족

해가 진 뒤, 중교 3년 아들과 텃밭에 갔다. 내일 할머니께 가져다 드릴 채소를 수확하자고 했더니, 흔쾌히 따라나섰다. 저녁식사 준비를 하던 남편이 아들에게 한마디 더 얹는다. "텃밭에 다녀오면, 게임 1시간 하게 해 줄게"


아들은 울창해진 텃밭 모습을 보고 연신 "와~와~"하며 놀란다. 오이, 참외 등 길게 뻗은 줄기가 신기한가 보다. 마트에서 깨끗하게 다듬어진 채소들만 봤으니, 놀랄 만도 하다.


아들에게 바구니 하나를 안겨주며 "고추 수확"을 맡겼다. 꼭지를 비틀어 따는 시범을 보이며, 자신 없으면 가위로 수확하라고 했다. 나는 깻잎 수확을 맡았다. 역시 아들은 고추 줄기를 몇 개 꺾어먹는다. 어쩔 수 없다. 본인도 꺾고 싶지 않았을 테다.

청오이, 백오이, 애호박, 가지도 수확했다. 아들에게 페트병 관수 용기를 설명하며, 물을 한가득 넣도록 했다. 그리고 오늘 물을 한가득 채움으로써 작물의 생장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설명했다. 나도 초보지만, 아들이 농사짓는 법을 알았으면 한다. 올해 심지 않은 노각, 파프리카, 콩, 양파는 농장에서 구입했다.


집에 돌아와서 농작물 하나하나 다시 살피며 모양이 이상하거나 상처 난 것은 따로 골라냈다. 서울 시어머님께 좋고 깨끗한 것만 골라서 가져다 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많이 가져다 드려도 주변 권사님, 집사님과 나눠드시면 되니, 괜찮다. 워낙 음식솜씨가 좋으시니, 금방 뚝딱 맛있게 해 드실 것이다.


가을 농작물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날이 너무 더워 아무래도 3 모작 하려던 계획을 2 모작 으로 변경해야 할 듯한다. 광주 친오빠가 보내온 가랏씨(유채), 시금치, 무, 당근, 상추, 배추를 심어보려 한다.


바쁘게 살다 보니, 텃밭을 까맣게 잊고 었었다. 매일 운동을 하지만, 오늘은 텃밭에서 야채 수확하며 운동을 해보았다. 비염이 있는 아들은 오랜만에 양쪽 코가 뻥 뚫렸다며 신기해한다. 텃밭에서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하더니, 시원한가 보다.


아들은 텃밭 작물 사진을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다고 한다. 그게 뭐라고 올리냐고 물으니, "텃밭은 좋은 취미잖아" 한다.


중1 딸내미 부탁으로 봄에 방울토마토 모종 두 개를 심었다. 오늘 수확해서 한 접시 주니, 너무 맛있게 먹는다. 잘 먹다가 작은 애벌레를 발견하고 울상이다. 앞으로는 텃밭 토마토는 기겁하고 안 먹겠느냐고 물으니, 엄마가 더 깨끗하게 씻어주면 먹을 거란다. 아무래도 식초 물에 좀 담가뒀다 씻을걸 그랬다. 텃밭 작물은 믿고 먹어도 되는 줄 알고 두어 번 헹군 게 다다.


오늘은 시어머님께 선물로 드릴 야채를 정성스럽게 수확했다. 시골에서 올라온 야채 택배 등이 부담스럽다는 동료들의 얘기를 들은 적 있다. 마트 가면 널린 게 채소라지만, 그래도 시골에서 바리바리 싸주시는 부모님이 계신 것만으로도 부러울 때가 있다.


올해는 어머님께서 좋아하시는 아삭이 고추를 많이 심었다,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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