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중학생 두 아이의 개학이다. 내가 왜 싱숭생숭 떨리는지 모르겠다. 직장맘으로서 2학기 학교생활을 실수 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너무도 더웠던 여름인데, 남편은 개의치 않고 아이들의 아침 밥상을 차리고 출근했다. 여름 방학중에 애들을 위해 남편이 차린 한그릇 음식 사진이다.
메뉴는 물냉면, 비빔냉면, 짜장밥, 중국식 비빔밥, 게살 오므라이스, 수제 소갈비, 닭다리죽, 냉짬뽕, 캠핑 라면과 어묵탕 등이다.
중학생인 두 아이의 키가 무조건 컸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아들의 키는 이미 남편키를 훌쩍 넘었다. 중3 겨울까지 180cm 언저리로 키우고 싶은가 보다. 근데 밥을 잘 먹으면 유전 무시하고 크는 건가? 키성장을 위한 남편의 전략 덕분에 나까지 일찍 자고 있다.
엊그제는 어머님과 통화하다 여쭸다. "어머님은 어떻게 그렇게 아들을 착하게 기르셨습니까? 남편 인품은 아무래도 어머님의 따뜻한 밥을 먹고 자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라고 얘기했다.
예전에 어머님께서 웃으시며 언제든 남편과 살다가 힘들면 시댁으로 오라고도 하셨다. 남편과 싸우면 친정으로 가버리는 게 아니라 시어머님께 와버리라고 하신다.
자가용을 몰고 이곳저곳 빙빙 돈 적은 있지만... 아직 시댁으로 도망갈 큰일은 없다. 내가 인내심이 있는지도..... 위트 있으신 분이다.
친정오빠가 남편을 처음 보자마자 악수를 건네며, 단호히 꺼낸 말이 "앞으로 반품은 없네."였다. 도망갈 곳이 시댁밖에 없다.
애들 개학이 못내 아쉬워 하루 종일 야외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다 귀가했다. 남편은 집에 오자마자 묵묵히 청소를 하더니, 마른빨래를 차곡차곡 갠다.
나한테는 본인이 가지런히 정리해둔 내옷을 옷장에 집어넣는 일을 맡으라고 한다. 쉽다. 매번 속옷, 상의와 하의는 종류별로 구별하여 각잡아 접어놓는다.
"여자가 대학 가서 뭐 하냐"는 말을 듣고 자랐다. 요리 포함 모든 집안일은 여자인 내가 하는 건 줄 알았다. 미혼 시절, 없는 실력을 쌓아보고자 요리학원도 1년 넘게 다녔다.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