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주말 내내 수학문제를 풀었다. 어려운 수학은 아니다. 애들이 중1, 중3이니 중등 수학문제다. 남편은 사범대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기에 찐 문과생이다.
애들이 학원 숙제 하다가 어려운 문제를 물어오면, 대답해 주기 위해 문제를 푼다고 한다. 정작 애들은 학원선생님의 도움으로 잘 풀고 있다. 가끔 아빠에게 수학 베틀을 신청해 올 뿐.
수학문제를 푼 지 이제 딱 4년이 되었다. 애들 수영강습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도 수학문제를 푼다. 지나가는 애기 엄마들이 한번씩 수학노트를 쳐다보며 지나간다. 매 순간 푼다고 보면 된다. 중학과정에서 고등과정까지 수학을 마스터하더니, 다시 중1 수학을 풀고 있다. 둘째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과학 인터넷강의도 병행한다. 이것 역시 아이들이 어려운 과학문제를 물어올 것을 대비해 공부 중이란다. 아리따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릴 때 슬쩍 문을 열어보면, 과학 일타강사의 강의를 들으며 미소 짓고 있다.
40대가 되면서 우울증이 왔나 싶었는데, 애들 때문에 시작한 공부가 이제 취미가 되었단다. 수학이 이렇게 재미있는 영역이었냐고 한다. 처음에는 달력 뒷면에 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엄연히 '아빠 꺼 수학노트'를 끼고 다닌다.
가끔 수학을 풀다가 요리 레시피를 적어놓기도 한다. 중국식 비빔밥을 연구중이라더니, 수학문제 풀다가 레시피를 연구했나보다.
내입장에서는 신기한 종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