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요리는 힐링이다. 연구 같기도 하고 실험 같기도 하다. 농사나 요리가 수행의 일종으로 느껴진다. 무념무상 빠져들어 무아지경이 되기 때문이다.
가지볶음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텃밭에서 가지를 따서 냉장보관 해왔다. 지금 반찬으로 만들지 않으면 필시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질 것이다. 프로젝트도 끝났겠다 스트레스 해소 겸 잘 못하는 가지반찬을 만들기로 했다.
그동안 실험에 따르면, 기름에 가지를 볶으니 기름이 스며들었다. 가지의 수분을 날린다고 프라이팬에 초벌구이를 했더니.. 맛은 있으나 몸에 안 좋을 것 같다. 찜솥에 쪄서 했더니 물컹거리고 흐물거린다.
가지가 가지가지한다.
오늘은 김대석 셰프의 "쫄깃쫄깃 가지요리" 레시피를 보고 했다. 수식어 (쫄깃쫄깃)이 맞기를..
언제 봐도 무서운 가지다. 텃밭에 가야 하는데 가지가 또 나를 기다릴까 봐 무섭다. 옆밭 할아버지께서 호통치듯 가지좀 수확해서 먹으라고 하신다. 먹어도 먹어도 계속 열매를 맺고 기다리는걸 나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가지를 세로로 반 자르고 적당한 굵기로 썬다.
깎아서 한 스푼의 소금을반컵의 물에 희석시킨다. 가지 위에 흩뿌린다. 올리고당 2스푼 분량도 넣어 골고루 뒤섞는다. 20분 방치한다. 중간에 한번 뒤섞어준다. 올리고당을 넣는 이유는 쫄깃한 식감을 위해서다. 소금물은 삼투압 작용으로 가지가 지닌 수분을 빼내기 위함이다.소금을 물에 녹이는건 절이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김대석 셰프는 20분 절이라고 했다. 자기주장이 센 나는 절대 물컹거리지 않게 할 거라며 1시간을 절였다. 김대석 셰프의 말대로 20분 절일걸 그랬다. 수분감이 조금은 있어야 풍미가 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