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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려면...

by 자급자족

오늘 서초구 출장 중에 우연히 김혜정 작가의 강연을 들었다. 약 20분 정도의 짧은 강의였다. 15년 전에 업무상 초청한 적이 있다. 지금은 10대 자녀가 있는 어머니가 되어 있었다. 카랑카랑한 그녀의 목소리와 열정 그리고 작가로서의 직업을 좋아하는 마음은 여전해 보였다. 즐기는 모습이 가장 멋있어 보인다.


글을 잘 쓰려면 다섯 가지를 추천한다고 하셨다. 첫째, 많이 읽기, 둘째, 많이 생각하기, 셋째, 많이 쓰기 그리고 넷째, 스토리 작가로서 옛날이야기 많이 읽란다. 실제 하루 3시간 글쓰기에 활용한다면 읽기에는 4시간을 활용하며 그 나머지 순간들은 다음 이어질 스토리에 대해 계속 생각하신다.


마지막 가장 중요한 다섯 번째로 글을 쓰기 전에 항상 시놉시스(개요)를 짜신다고 한다. 어떤 책은 시놉시스를 짜는데 6개월이 걸리기도 하셨고 어떤 책은 3년이 요되었단다. 그렇게 시놉시스를 신중하게 짜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어떠한 개요나 의도도 없이 A4 1/3도 안 되는 글을 밷는 내게 필요한 조언이다.


본인의 강점 중 하나는 "공모전에서 100번 떨어진 경험을 가진 작가"라는 점이다. 물론 그녀도 처음엔 어느 대학을 나왔고 어느 공모전의 수상자라는 자기소개글을 썼다고 한다. 러나 요즘은 "100번 실패경험이 있는 작가"라고 소개한단다. 이점이 15년 전에 봤던 그녀의 모습과 다른 점이었다.


물론 첫 공모전 도전 단번에 화려한 수상을 기록하는 후배들을 가끔 마주할 때가 있다고 한다. 사람인지라 부럽기도 하지만, 100번의 공모전 탈락 경험은 그녀에게 성공의 양분이 된 듯하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실패경험 기간에 쓴 7,000매~8,000매의 글은 모두 그녀의 실력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연습장이었다고 한다. 그 연습장을 작성하는 인고의 시간이 있었기에 첫 작품 이후 다음 작품이 나오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게 되었단다.


그녀가 작법서로 소장하고 있는 보물 도서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라고 한다. 자주 들춰보며 영감을 얻으신단다. 그 책 내용 중 인상 깊은 구절은 "이야기는 A부터 Z까지 가는 과정이며,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 소개했다.


또한 어떤 위대한 작가도 최소 3~4번은 고치며, 처음부터 끝까지 후루룩 다 쓰고 수정작업까지 간다면 Pro작가라고 할 수 있단다. 영화제목도 30~40번 고쳐진다고 하는데, 글 역시 수십 번의 퇴고 끝에 좋은 글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결국 이야기는 돌고 돈다고 하셨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과거 명작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에 살아남은 거라고 하신다. 그래서 그녀는 옛날책을 많이 읽는단다.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는 없을 수 있지만, 작가는 그 속에서 새로운 것을 건드리고 발견하는 직업이라고 하셨다.


무엇보다 글 쓰는 과정이 재미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지속할 의미가 있단다.


일상에 찌들다 보면 내 손으로 시작한 도전에 처음의 동기를 잃을 때가 있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이게 무슨 가치 있는 일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진하기로 스스로 결정한 일이라면 그 실패와 인고의 시간 꼭 필요한 인생의 연습장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기를 바란다.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 그 과정도 충실히 살아가는, 잘 흘러가는 인생이기에.


다른 작가들의 강의 비교해, 그녀의 강의내용에 특별함은 없었다. 그녀의 말이 맞다.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 그렇지만 오늘의 짧은 강의는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그게 새로운 점이다.


보이지 않더라도 걷는다. 그게 바른 길이라면 느리더라도, 잠시 주춤해도 괜찮다.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다. 잘 가고 있다.





<스티븐 킹>


현대소설가>영미작가 현대문학가>공포/추리소설작가


1947년 메인주 포틀랜드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를 따라 여기저기 이사 다니며 힘든 생활을 하면서도 형이 발행하던 동네 신문에 기사를 쓰면서 글쓰기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킹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작품은 1974년에 발표한 첫 장편소설 『캐리』였다. 원래 쓰레기통에 처박혔던 원고를 아내인 태비사가 설득하여 고쳐 쓴 이 작품으로 킹은 작가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고, 그의 작품들은 지금까지 3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3억 500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을 만큼 전 세계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공포의 제왕’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간의 심층적인 두려움을 자극하는 데 탁월한 작가로 알려졌지만, 공포 소설뿐 아니라 SF, 판타지, 서스펜스를 넘나드는 방대한 작품 세계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얻는 동시에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받으며 명실공히 ‘이야기의 제왕’으로 자리매김했다.


2003년 킹은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전미 도서상 시상식에서 미국 문단에 탁월한 공로를 세운 작가에게 수여하는 평생 공로상을 수상하였고 1996년에는 오헨리 상, 2011년에는 LA 타임스 도서상을 수상하며 문학성을 입증받기도 했다.


이 외에도 브램 스토커 상 15회 수상, 영국환상문학상과 호러 길드 상 각 6회, 로커스 상 5회, 세계환상문학상 4회를 수상하는 기록을 남겼다. 2015년에는 작가 인생에서 처음 도전한 탐정 미스터리 『미스터 메르세데스』로 영미권 최고의 추리소설상인 에드거상을 수상하며 왕성한 활동을 과시했다.



킹은 특히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대표작인 『캐리』, 『샤이닝』, 『살렘스 롯』, 『미저리』, 『돌로레스 클레이본』, 『쇼생크 탈출』, 『그린 마일』, 『미스트』 등이 명작으로 손꼽힌다.



[유혹하는 글쓰기]


《쇼생크 탈출》《미저리》《그것》의 원작자 스티븐 킹, “나는 이렇게 독자를 사로잡았다!”


할리우드 감독과 제작자가 가장 주목하는 소설가, 영화보다 재밌고 박진감 넘치는 소설을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 전 세계 독자를 매료시킨 스티븐 킹의 글쓰기 비결. 10만 부 판매, 글쓰기의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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