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일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식재료로 잘 소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금요일 퇴근길에 못난이 무 2개를 골라 뽑아왔다. 텃밭을 냉장고 삼아 활용해보려 한다.
마트에서 보던 무와 달리 세로길이가 짧다. 너무 얕게 심어졌던 걸까? 아니면 무가 땅속으로 파고 들 환경을 못 만들어준 걸까. 골을 파고 무 씨앗을 심었어야하지 않을까. 무가 성장해 나가면 서서히 땅의 수평을 맞춰주다가 무 주위로 흙을 북돋워주면 긴무가 되지 않을까. 관련 경험과 지식이 없으니, 추측만 해본다.
브런치에 기록해 뒀던 시어머니표 무생채 만드는 법을 찾기 위해 "자급자족 무생채"로 검색해 본다. 어머니의 설명을 문자로 기록해두길 잘했다. 기록만 봐도 어머님과 대화 나눴던 장면과 공기가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여든이 넘으신 어머님의 모든 말씀을 기록 저장해두고 싶다. 내가 한가해졌을 때에 어머님은 기다려주지 않으실 거다. 이미 겪어봐서 안다.
이번 무생채는 설탕대신 편스토랑 김재중 어머님표 대파청 7스푼, 대파 2대 대신 남은 쪽파를 사용하기로 했다. 야채칸에 남아있던 쪽파를 쓸 기회가 생겨 다행이다.
열심히 무를 채 썰고 있는데, 남편이 한마디 한다. "너무 굵게 자르는 거 아니야??" 맞다... 무채가 너무 굵다. 편스토랑 김재중 어머님께서도 무를 얇디얇게 써는 게 최강비법이라고 하셨다. 시어머님도 강판에 갈아서 무를 얇게 채 치라고 하셨다. 성질 급한 나는 굵게 써는 실수를 했다.
칼질을 못해서 무를 얇게 써는 게 어렵다. 나중에 더 연습해서 '이렇게 가늘어도 돼?'라고 할 정도로 가늘게 만들어보고 싶다. 그럼 맛이 잘 스며들어 최고의 무생채가 된다고 한다.
무청은 깨끗하게 여러 번 헹궈 삶은 후 하룻밤 물에 담갔다가 냉동하거나 시래기 된장국으로 끓일 예정이다. 텃밭에서 내 손으로 채소를 길렀기에 단 한 잎도 버리고 싶지 않다. 농약에 대한 지식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유기농 중에 유기농이다.
무생채 재료: 작은 무 2개(큰 무 1개 분량), 액젓 3스푼, 소금 1스푼, 다진 마늘 1스푼 반, 대파청 7스푼, 매실청 2스푼, 고춧가루 6스푼
1. 무 채 썰어 고춧가루 5스푼으로 색깔 들여놓기
2. 액젓 3스푼, 다진 마늘 1스푼 반, 소금 1스푼, 대파청 7스푼 추가하여 버무리기
3. 맛을 보고 소금, 액젓, 고춧가루 추가하기(어머님 설명 중 이 부분이 제일 어렵다).
4. 쪽파를 넣는다.
5. 맛을 보고 고춧가루 1스푼과, 매실청 2스푼을 추가해 본다.
6. 뒷베란다의 온도가 낮기에 베란다에 이틀 뒀다가 냉장고에 넣을 예정이다.
지역별 김치를 공부하고 연습하고 싶다. 특히 최고의 김치찜용 묵은지를 연구하고 싶다. 매일 김치 만드는 과정을 머릿속으로 상상한다. 김치 이외에도 알고 싶고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많다. 도전의 우선순위 기준을 만드는 중이다. 그런데 아직은 아니다. 끝내야 할 인생 과업이 쌓여 있다. 하나씩 도장 깨기로 해치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