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비누 10개를 배송시켰다. 사춘기 아이들 피부 관리가 필요할 듯하여 평이 좋은 비누를 주문했다. 찾아보니 어제 오후에 배송완료라는 문자가 와있다. 으잉? 난 받은 물건이 없는데... 남편과 애들에게 물어봐도 따로 수령하지 않았다고 한다.
배송완료 문자를 보낸 배송기사님께 전화를 걸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문의드렸다. 몇 마디 못 나눴다.
1. "어제 오후에 배송 완료 문자가 갔는데 왜 오늘 못 받았다고 전화하느냐."
2. "나는 배송과 동시에 문자로 사진과 함께 배송 알림 문자 보낸다". 문자에 사진은 없었다고 하니 그날만 빼먹은 거란다.
3. "다 배송완료하고 내차에 물건이 하나도 없다."
4. 이럴 때는 어떻게 처리하는지 방법을 여쭤보니 "내일 고객센터에 문의"하란다. 알겠다고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지난번에 소금 한포대도 다른 층에 배송하셨다. 어느 택배사인지 모르겠다. 분명 배송하셨다고 해서 1층부터 꼭대기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점검했다. 결국 꼭대기층에서 무거운 소금포대를 짊어지고 귀가했다. 주소 인쇄가 잘못되었거나 희미한가 싶어 확인했는데 우리 집 동호수가 제대로 박혀있었다.
음, 나는 비누를 시켰고, 우리 집에서는 못 받았고, 기사님은 배송했다고 하고. 음. 이런 문제는 어찌 해결하지? 내 잘못도 아니고 택배기사님 잘못도 아닐 수 있다.
남편에게 상황설명을 하니, 우리가 고민할 사항이 아니라고 한다. 내일 고객센터에 문의하거나 판매자에게 문의하면 된다고 한다. CCTV를 보고 우리 집 층에서 내린 건지 확인시켜 줄 거란다.
어째 나는 답답하다. 바쁜 일상인데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서 멘붕이다. 어제오늘 중학생 두 명과 기말시험 준비한다고 스터디카페에서 하루 종일 머무르다 귀가했다. 딱 자면 되는 밤 10시인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조용히 집밖으로 나왔다. 지난번에도 이런 적이 있기에 할 수 있는 해결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1. 1층부터 끝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점검했다. 비누가 없다. 스스로 좀 무식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다. 해결하고 싶었다.
2. 경비실에 가서 상황설명을 드리고, 동마다 입구 열림호출을 할 테니, 열어주시겠냐고 여쭸다. 열어주신다고 한다.
101동부터 107동까지 경비실 호출을 눌러 문을 열고 우리 집과 같은 층으로 올라가 현관문 앞에 오배송된 택배가 있는지 점검했다. 101동, 102동, 103동.. 없다. 숨이 찬다. 역시 이 방법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운동한다 생각하고 106동까지 이어갔다. 하.. 있다. 우리 집과 가장 멀리 떨어진 동의 같은 호실 앞에 비누택배 상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주소가 잘못 기재되어 있는지 점검했다. 우리 집 주소가 잘 적혀있다. 하마터면 못 찾을 뻔했다. 아니 찾은 게 신기하다.
경비실에 들러 택배를 찾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동마다 문을 열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당분간 인터넷 구매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좋은 물건을 얼마나 싸게 사겠다고 온라인 주문을 한 건가 싶었다. 그 좋다고 하는 물건이 진짜 좋은 건가. 검증은 그저 누가 썼는지 모를 인기댓글을 근거로 한건가...
지난번에 온라인 주문한 신안 소금도 집 앞 마트에서 판다. EM비누는 마트에서 팔지 않겠지만 더 좋은 비누를 오프라인에서 팔 수도 있다.
원인과 결과는 꼬였지만 당분간 인터넷 쇼핑 안 하고 아날로그로 지내보고 싶다.
EM 비누로 세수해 본다. 향도 은은하고 나쁘지 않다. 사춘기 아이들 전용 폼클렌징과 EM 비누를 나란히 둬본다. 애들 피부관리에 도움이 되기를.
지역 커뮤니티에 비슷한 내용이 있는지 검색해 보니, 요즘 택배 오배송 문제가 자주 발생하나 보다. 고객센터에서도 택배기사도 해결해주지 않고 방치한다고 성토 중이다. 특히 가족모임에서 먹을 소고기를 시키셨는데 못 받은 분은 속상하시겠다.
오늘도 긴 하루였다. 벌어진 현상에 감정은 얹지 않았기에 타격은 없다. 그런데 비누를 쓰기도 전에 좀 지친다. 운동이나 꾸준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