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한 달 전부터 구글 스프레드 시트로 베트남 가족 여행 계획을 짰다. 중간중간 협의차 링크를 보내더니, 어느새 구글 시트 계획이 완성되었다. 남편의 계획대로 따라다녀보기로 했다. 아침 7시에 베트남에 도착했는데, 9시에 사파리에 입장했다. 출장 온 기분이지만, 남편과 청소년 둘 따라다니려면 체력을 길러야겠다.
남편은 ESTJ형이다. 남편의 계획형 J 스타일을 보면 아무래도 나는 ISTJ가 아닌 P형이지 싶다. 숙소를 기점으로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의 이동 동선을 모두 다 계획한다. 그냥 길거리 가다 현지인 많은 아무 식당에 들어가도 음식이 맛나고 싼 베트남이다. 극P도 여행이 가능한 국가다.
베트남 여행 경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고, 치안은 좋다. 푸짐한 1인분의 음식 가격대는 4~5,000원선. 깨끗한 숙소는 1박에 4~5만 원선. 택시는 그랩을 불러서 기사와 가격흥정이나 대화할 일이 없다. 매년 겨울, 따뜻한 베트남에 오지만, 아직까지 불편함, 불안함, 불쾌함을 느끼지 못했다.
베트남에 오기 전, 남편과 집안 비우기 미션을 수행했다. 냉장고 식재료로 밥 해 먹으며 냉털 하기, 예비중 2와 예비고 1 아이들의 과거 참고서 자료 등 분리배출하기, 최근 입지 않은 옷 버리기, 집안에 불필요한 물건 버리기 등의 정리로 집이 1/3 가벼워진 느낌이다.
2026년은 가족에게 전환점의 해이기도 하다. 남편은 출근 편도 1시간 20분 거리의 직장에서 집 근처 10분 이내 거리의 직장으로 이동 신청을 해놨다. 예비고 1 아들은 중3 마지막 지필평가가 끝난 시점부터 사립고 기숙사 입사를 위한 필기시험 준비를 했다. 1차 국영수 필기와 2차 면접을 보고 엊그제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다. 나도 도전했던 모든 과업을 끝마쳤고, 예비중 2 딸도 다니던 학원을 모두 정리하고 새로운 공부 플랜을 짤 예정이다.
다른 가족 구성원은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는데, 내 머릿속에는 '2026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 아니 어떻게 살고 싶은가'로 한가득이다.
아들은 워터파크 유수풀에서 둥둥 떠다니며, '중학생 때처럼 공부하면 고등 공부는 망하는 거 아니야? 나 떨려.'라고 가끔 내게 묻는다. 걱정이 되긴 하나보다. 엄마 아빠가 든든한 버팀목이 될 테니, 온 가족이 고등 1학년 과정을 잘 보내보자고 답했다.
여행이 끝날 쯤에는 모든 생각이 정리되어 있길 바라본다. 그나저나 내일은 1시간 30분을 이동해야 한다는데, 어디로 출장을 가려는지....